[한경에세이] 광장문화 .. 최수권 <연세디지털미디어 대표이사>

digitalav@digitalav.co.kr 고대 유물 발굴 작업을 하던 학자들이 두루마기 하나를 찾아냈다. 지금은 쓰지 않는 언어로 적혀진 문장은 청소년 품행에 관한 것이었다. 미래를 경영할 청소년들이 방종과 유희에 빠져있으니 장래가 염려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수천년 전 기성세대들도 청소년문제에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명과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고,문화는 다양성의 극치를 구사하는 이 시대에 사는 청소년들의 주소는 어디인가. 지난 역사 속에 진행되어온 과정이나 시대적 사이클을 감안한다면 지금쯤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절망의 상태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청소년들은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여러 형태의 청소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가 노출될 때마다 저널리즘과 여론은 심란스런 단어와 문장을 동원해 몰아붙이기도 한다. 사단이 날 것 같지만 사회는 그것들을 감싸고 안아 융화시키게 된다. 뒤집어보면 청소년 문제는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의 태도를 그대로 배우고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안과 우려를 지적하지만 오늘의 공동체를 지탱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열정과 젊음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할 때가 많다. 혼신의 사랑을 쏟아 양육한 자녀가 반역의 언행을 보일 때 우리 기성세대들은 얼마나 절망하고 분노했던가. 부모들은 예외없이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그들의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진단할 줄 아는 인내를 접어두는 경향이 있다. 혹은 반항하고 반역하는 그들의 내부에 옹골지게 자리하고 있는 사랑이나 믿음. 그것은 쉽게 느껴지지 않지만 때때로 조용하게 혹은 불길처럼 전달돼 올 때가 있다. 청소년들이 표현하는 언행과 생각 그리고 태도,그 모양들이 마땅치 않을 때마다 우리는 그들의 내부를 헤아리면서 이해와 관용으로 함께 할 때 청소년 문제는 큰 관건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광장문화'는 자신이 좋고 싫은 것을 분명한 행동으로 나타내었고,좋으니까 모였다. 이런 건강한 행동양식들이 점차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는 위험한 경제적 판단을 선(善)의 기준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기성인들은 경계해야 한다. 청소년기를 아무런 문제없이 순치하면서 성장한 이가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