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勇斷내려야 할 정대철 .. 김영근 <정치부장>

굿모닝-.며칠 전 한 시민단체 회원이 출근하는 정대철 민주당 대표를 향해 늘 듣던 인사말을 건넸다. 굿모닝시티 사건에 연루된 정 대표를 난처하게 만들기 위한 '행동'치고는 매우 흥미롭다. "굿모닝시티 사건을 책임지지 않고 어디 가느냐"는 비아냥 섞인 말이기 때문이다. 지금 정 대표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이 벼랑 끝에서 떨어지고 나면 다시 일어서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 대표 자신이 누구보다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정 대표는 답답한 마음에 지인의 집을 찾아가 통음을 하다 "검찰의 희생양이 되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 대표는 27일 비를 맞으면서 부모가 합장해 있는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지난 14일 부모 묘소에 엎드려 "시련을 이길 힘과 지혜를 주십시오"라고 한 이후 두 번째다. 검찰 출두를 앞둔 정 대표 주변에서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는 누가 뭐래도 현정권의 1등 공신이다. 그럼에도 상은커녕 벌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으니,그럴 만도 하다. 정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정 대표는 "민주당과 청와대는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관계"라는 말로 서운함을 표시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흔들리면 청와대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정 대표 건에 관한 한 민주당의 태도는 어정쩡하다. 당내 복잡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신·구주류 할 것 없이 정 대표를 감싸고 있다. 한나라당도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여당 대표를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점잖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정치권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정대철 보호'에 나서는 형국이다. 국민들은 이런 정치권의 태도를 보면서 너무 실망해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관행이기 때문에 덮어둬야 한다'는 말을 수긍하는 사람은 드물다. 답답한 쪽은 정 대표가 아니라 국민이다. 여론을 잘 아는 정 대표가 여론을 외면하는 모습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까지 있다. 정 대표의 앞에는 대의(大義)라는 '잣대'가 놓여 있다. 정 대표는 실정법을 위반해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있는 사람이다. 그가 해야 할 일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고 검찰에 당당하게 나가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다. 더욱이 정 대표는 개혁정치를 표방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후보의 선대위원장 출신이다. 따라서 정 대표의 처신은 곧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에 직결될 수밖에 없다. 억울함은 차후 문제다. 굿모닝시티 상가 분양에 참여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답은 더욱 자명해진다. 이 시간에도 굿모닝시티에 투자한 3천여명(피해 규모 3천5백억원)은 울고 있다. 투자자들 중에는 퇴직금을 고스란히 날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15년간 막일과 파출부 일을 하다가 작은 가게라도 하나 갖기 위해 살던 집까지 팔아 투자한 주부도 있다. 20년 넘게 노점상을 하며 한푼두푼 모은 돈에 아들의 결혼비용까지 털어넣은 노부부도 있다고 한다. 이제 정 대표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보여줘야 한다. 당 대표직 유지나 검찰 출두 여부는 정 대표가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들끓는 여론을 감안하면 정 대표가 택할 수 있는 방안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인 억울함을 얘기하기 전에 국민과의 약속을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 그렇게 해야 정 대표가 영원히 살 수 있지 않을까.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