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두산重 '진흙탕 싸움'...쿠웨이트 담수화설비 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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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의 담수화설비 입찰을 둘러싸고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이 또 다시 정면으로 붙었다.
지난해 발전설비 빅딜을 놓고 한차례 설전을 벌인 데 이은 두번째 격돌이다.
모양새도 사납다.
한쪽은 쿠웨이트 현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또 다른 한쪽은 산업자원부에 강제 조정명령을 신청해놓았다.
업계는 해외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해묵은 저가 출혈경쟁이 재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으며 씁쓸해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28일 쿠웨이트의 대규모 담수화 설비 입찰과 관련,"두산중공업의 방해로 엄청난 손실과 계약지연 피해가 초래됐다"며 정부에 이례적으로 조정명령을 신청했다.
조정명령이란 대외무역법 43조에 따라 △무역에 관한 정부간 협정체결 또는 준수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공정한 수출 경쟁을 교란할 우려가 있거나 대외신용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산자부장관이 발동할 수 있도록 돼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삼성중공업의 요청을 받아들여 대우조선해양에 조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6월24일 쿠웨이트 사비야 담수화설비 입찰에서 현대중공업은 3억4천2백만달러를 써내 3억6천만달러에 응찰한 두산중공업을 누르고 낙찰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같은해 8월 공사 시행청인 쿠웨이트 수전력청(MEW)이 상급기관인 쿠웨이트 중앙입찰위원회(CTC)에 발주처를 두산으로 변경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MEW는 현대중공업이 입찰 중요요건인 '입찰사항 변경 금지조항'을 위배했다고 보고 낙찰자를 바꾼 것이라고 두산중공업은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CTC에 호소해 쿠웨이트 기술자협회(KSE)로부터 입찰서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CTC는 지난해 11월 MEW의 결정을 뒤집었다.
현대중공업으로 굳어지는 듯하던 입찰계약은 지난 4월13일 두산중공업의 현지 법정대리인이 쿠웨이트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행적인 국면을 맞았다.
두산중공업 측은 "소송제기는 대리인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며 입찰 및 계약절차를 공정하게 바로잡아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5월26일 MEW가 쿠웨이트 정부기관의 발주공사 예산승인기관인 AB(Audit Bureau)에 본계약을 위한 수순의 일환으로 현대중공업에 대한 발주 승인을 요청하자 두산중공업 측은 또 다시 AB에 탄원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전무는 "두산중공업의 이같은 행위는 상도의 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의 해외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산자부에 조정명령을 신청했다"며 "계약이 미뤄지는 동안 자재비 상승 등으로 1천6백만달러의 원가 부담을 추가로 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두산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의 입찰가격은 두산보다 6.5% 낮아 엄연한 저가수주인데다 현대측이 입찰조건인 '입찰사항 변경금지조항'을 명백히 위반한 만큼 소송과 탄원을 취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