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일부지표 호전 확대해석은 금물

지난 6월 중 수출 생산 투자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가 나아진 것 아니냐는 일부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지만 과연 그런 것인지는 의문이다. 한꺼풀만 벗겨 그 내용을 찬찬히 뜯어 보면 경기는 여전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 투자 등 일부지표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6월 월드컵 자동차분규 등으로 산업활동이 부진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일종의 기저효과(base effect)로 반등폭이 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수출증가율만 해도 이런 통계적 요인에다 사스 등의 여파로 그동안 지연됐던 물량이 몰린 측면을 함께 감안해 해석해야 옳다. 그런 점만으로도 본격적인 경기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경기를 말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소비지표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도 그렇다. 대표적인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의 경우 지난해 6월에 비해 2.3% 감소했다. 이를 두고 감소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하지만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수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제조업의 지난 6월 중 가동률이 51개월 만에 최악으로 떨어진 것만 봐도 극심한 내수침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외 심각한 청년실업률 등 체감적으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지수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경기해석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요소다. 앞으로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가 14개월만에 반전했다는 것 자체를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만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가 5개월 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경기회복을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오히려 경기가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등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런 점에서 일부 지표의 개선이 정책대응의 혼선과 실기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