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蘭과 경영 .. 이태용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tylee@daewoo.com 난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궁중식물로서 군자나 사대부,귀족 등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이 때문에 난은 '꽃 중에서 제일 귀하고,값은 고가이며,재배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보통 사람들은 가꾸기 힘든 특수식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1981년부터 난 수입이 자율화되면서 구하기가 쉬워졌고,재배 기술의 향상으로 누구나 쉽게 기를 수 있게 됐다. 난 애호가의 한사람으로서 최근 난의 대중화 소식은 그만큼 생활의 여유가 생기고 난을 쉽게 기를 수 있다는 증거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나둘 생긴 난은 이제 숫자도 꽤 되려니와 제법 동양화의 한 장면처럼 멋들어지게 자란 녀석도 있다. 하지만 아직 필자에게 난 기르기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처음 난을 기를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물주기였다. 초보자가 난을 기를 때 "처음 1년은 물을 많이 줘 죽이고,그 다음 1년은 물을 너무 적게 줘 말려 죽인다"는 우스갯말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도 안다고 했던가. 정성을 다해 기른 보람이 있었다.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사시사철 새 촉을 올려주고,꽃도 피워주는 등 키워준 은혜에 보답을 하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난의 유현(幽玄)한 향기와 부드러운 선의 흐름,기본 바탕에서 흐르는 우아한 기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실공히 꽃 중의 꽃이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쉽게 얻어 빠른 수확을 거두려는 비즈니스는 항상 문제를 야기하고 결과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다. 반면 수년 후를 바라보며 꾸준히 추진해온 비즈니스가 알토란 같은 결실을 맺을 때의 기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난을 키우며 동시에 회사의 경영을,그리고 미래를 생각한다. 지금은 말 없이 주인만 바라보며 잎을 벌리고 있는 난을 바라보며,무언가 얻기보다 하나라도 더 베풀고 싶은 경영인의 아량을 배우게 된다. 인스턴트 식품이 범람하고 빨리빨리 문화가 팽배해져 있는 지금,한포기의 난이라도 제대로 키워 기계문명에 빼앗긴 우리 본래의 심성을 되찾아 보자. 한포기의 난으로 될 법이나 한 말이냐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난을 길러보면 그 대답은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