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저샹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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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민이 저장(浙江)성 원저우시 부시장이 관직에서 물러났다.
잘 나가던 그가 사표를 던진 이유는 창업.그는 "행정분야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둬 꿈꿔왔던 기업인의 길을 걷고자 한다"며 사직의 변을 밝혔다.
그는 또 "내 몸에 흐르는 '저샹'의 피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저샹은 원저우 항저우(杭州) 타이저우(颱州) 이우 등 저장성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즈니스맨을 일컫는 말이다.
24만8천여개에 달하는 저장성 사영기업들이 이들의 작품이다.
그들은 또 중국 주요 도시 및 해외로 퍼져 나가 거대한 고유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저샹 정신'은 이들의 독특한 경영전략을 일컫는다.
대표적 저샹으로 꼽히는 루관치우(魯冠球) 완샹(万向)그룹 회장은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다만 가장 적합한 것을 찾을 뿐이다(不求最好,只求最配)'라는 말로 저샹 정신을 설명한다.
'최대' '최고'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고,시장 환경에 적합한 상품만을 만든다는 얘기다.
겉으로는 초라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한 해 수 천억원을 벌어들이는 알토란 같은 저장성 기업이 이를 대변한다.
저장 상인들은 자신의 능력이 닿지 않는 분야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는 보수성향이 강하다.
그만큼 실패 확률이 적다.
그들이 일회용 라이터, 복장, 피혁, 안경 등 별로 인기가 없는 전통 제조업에 손을 댄 이유다.
사양산업도 일단 저장성으로 들어가면 저샹들의 독특한 '시장 최적주의'와 결합,황금산업으로 거듭난다.
그렇다고 이들 소규모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지역에 동일 업종의 군소 업체들이 결집,자연스럽게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
이들은 해외진출 자재구입 등에서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조하면서 대형기업에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창출하고 있다.
이우 한 마을에 수 백개의 라이터공장이 몰려있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저샹 정신은 우리 중소기업에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