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기자들의 '한철 장사'

'봄 노동부, 여름 보사부, 가을 농림부, 겨울 문교부.' 정부 부처 출입기자들 사이엔 계절별로 기사거리가 많은 출입처가 정해져 있었다. 봄에는 '춘투'(春鬪)로 노동부 기자실이 바빴고 전염병이 도는 여름철엔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분주했다. 가을엔 추곡수매 등으로 농림부가, 입시철인 겨울엔 문교부(현 교육부)가 일거리가 많았다는 얘기다. 93년부터 기자들의 '한철 장사' 구분이 모호해졌다. '문민정부' 출범으로 각종 이해집단의 복잡다단한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하면서 계절구분도 없어졌다. 당시 노동부와 보사부를 출입하면서 그 해 여름 내내 현대ㆍ대우 계열사 파업 기사를 써야 했고 가을엔 한ㆍ약분쟁으로 계절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외환위기 이후엔 더욱 그렇게 돼버렸다. 올해는 한 술 더 뜨는 상황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춘투에, 하투에, SK글로벌과 물류대란, 새만금과 위도, 굿모닝시티에 이르기까지 지난 봄부터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이번 주에는 인천 경제자유구역 첫 지정(5일), 금융통화위원회(7일)가 있지만 이 정도 주제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 한동안 뜸했던 노동부와 건설교통부가 다시 바빠지게 됐다. 재파업을 결의한 화물연대가 월요일(4일) 투쟁시기와 수위를 발표한다. 물류대란이 재연되면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도 접어야 할 것 같다.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양대 노총의 반발도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10년 만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예고한 현대자동차 역시 태풍의 눈이다. 집단휴가를 끝내고 복귀한 노조가 회사측과 가질 4,5일 협상에서 성과가 없을 경우 노ㆍ정간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차 노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만약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되면 누가 보상해야 할까.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자본가의 노동계급 착취구조로 봤다. 하지만 강성 노조로 결속된 정규직 노동자에 의해 비정규직이나 협력업체 노동자가 피해를 봐야 하는 오늘의 상황을 마르크스가 봤다면 뭐라고 할까.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주말(2일)부터 휴가에 들어갔다. 푹 쉬고 나면 뭔가 좀 나아질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