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현대車 '파업의 그늘'

요즘 베이징현대차 공장은 증설공사가 한창이다. 생산라인이 멈춰 선 채 3백여명의 인부들이 굴삭기를 이용해 바닥을 뜯어내고 천장에 설치된 장비를 해체해 옮기고 있다. 임영득 생산기술 이사는 "10월과 12월 두차례 더 증설공사를 하면 연간 생산능력이 5만대에서 내년엔 10만대로 늘어난다"고 자랑했다. 오는 2005년까지 연간 30만대를 생산하고 2010년까지 인근에 제2공장을 지어 연간 총 50만대 생산체제를 갖춘다고 베이징현대차의 장기계획을 그는 소개했다. 하지만 베이징현대차는 1단계 증설공사가 끝나고 6일 조업을 재개하면 부품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엔진부품 등이 5일분 정도의 재고 밖에 없어 본사 파업이 장기화되면 11일부터 당장 조업을 중단해야 한다. 임 이사는 "현대차 본사에서 가져오는 일부 차체 패널을 생산하기 위한 시설 가동시기를 한달 정도 앞당기기로 했지만 파업 여파를 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현대차의 이미지 실추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최성기 기획담당 이사는 "상승세를 타던 베이징현대차의 신인도가 본사 파업으로 흔들릴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쏘나타를 첫 출고한 이후 올해 6월 중국 자동차업계 내 최단기간 2만대 생산 및 판매 돌파기록을 세웠다. 이어 최근 방중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장 방문이 중국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판매가 하루 평균 1백80대에서 2백70대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부품 조달이 차질을 빚어 자칫 공장 가동이 중단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자 회사측은 현지 직원들의 동요와 고객들의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다. 최 이사는 "중국측 경영진들은 파업으로 공장가동이 멈춘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공장을 방문한 지난 주말 정문 오른쪽에는 홍보관 건설을 위한 또 다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회사 이미지 제고의 길이 여러 갈래 있음을 느끼게 하는 현장이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