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통령 캐리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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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새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을 보면 표정의 중요성이 새삼 되새겨진다.
"이곳 아이들이 큰 바위 얼굴을 쳐다보며 자라난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얼굴 생김생김이 숭고하고 웅장한 데다 표정이 다정스러워서 마치 온 인류를 포용하고도 남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되었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접하며 포근함을 느끼고,로댕의 '발자크의 상' 표정을 보며 한점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는 인상을 받는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의 표정에서도 수없이 많은 것을 배우고 읽는다.
표정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마음상태를 나타내는 거울이나 다름없다.
또 상대방이 자신을 평가하는 결정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표정은 세월의 궤적을 따라 형성되는 것이기에 곧 개인의 집적된 역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40세가 되면 얼굴은 자신이 책임지라"고 하는가 보다.
한편으론 "40세부터는 자신이 표정을 만들어 간다"고 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얼굴 표정이 어두워지고 사나워지는데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마음을 갖고 살라는 말일 게다.
요사이는 '표정이 경쟁력'이라고 해서 '미소 클리닉'이 생겨나고 있으며,며칠 전 포스코건설은 책임경영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임직원 1천6백여명의 다양한 얼굴표정이 담긴 대형 브로마이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호감있는 표정이 대인관계와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해서 '이미지 테크'의 전성시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는 14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캐리커처전이 열린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표정들이 뭔가 못마땅해 보여 편하지가 않다.
고집 욕망 시샘 분노 회한이 그대로 배어 있다.
러슈모어 돌산에 조각돼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4명의 위대한 대통령 워싱턴과 제퍼슨,링컨,루스벨트의 표정과 오버랩돼 씁쓰레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지도자의 표정은 넉넉하고 희망적이어야 한다.
모두가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인상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서야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