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시대'] (1) '내 직장은 내가 만든다'

변대규 휴맥스 대표, 김형순 로커스 대표, 장흥순 터보테크 대표 등은 벤처기업의 간판스타들이다. 이들은 학업을 마친 뒤 창업했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들은 학창시절 창업에 나선다. 이들은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창업해 세계 제1의 갑부가 된 빌 게이츠를 꿈꾸며 창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 대학생 창업 성공스토리 이어져 서울대 전자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송병준씨는 지난 97년 우연히 변대규 사장 등 벤처기업인들의 특강을 듣게 됐다. 이들의 강연은 대학교수를 꿈꾸던 송씨의 삶을 바꿔놓았다. 송씨는 그해 게시판에 창업동아리 회원을 모집한다는 방을 붙였고 5명의 학생을 동업자로 모집했다. 5년여가 지난 지금 송씨는 회원 수 2백만명의 온라인 게임업체 게임빌의 대표이사 직함을 갖게 됐다.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송 대표는 지난해 첫 히트작을 냈다. 유명한 TV드라마를 응용한 모바일 게임 '야인시대'를 개발, 하루 다운로드 5천∼6천여건을 기록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지난해 '누드교과서'로 95억원의 매출을 올린 김문수 이투스 대표(26)나 동영상 메일링 솔루션으로 인터넷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형곤 밀레스카이 대표도 대학생 성공 벤처의 주인공들이다. 김문수 대표가 2001년 8월 누드교과서를 처음 발간할 때만 해도 '서울대 학생들이 내놓는 수많은 학생용 교재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1주일여 만에 예약판매 2천권을 기록했고 1년6개월 후에는 1백50만권 판매 기록을 올리며 순식간에 교재부문 선두권에 진입했다. 김형곤 대표는 영어영문학 전공자지만 창업동아리에서 인터넷 솔루션을 배운 후 창업에 나선 사례다. 지난해 법인을 설립해 화상메일링 솔루션을 개발한데 이어 올해는 화상채팅, 화상회의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 대학별로 특화된 창업기업들 학교별로 특화된 벤처도 많다. 한의학 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경희대에는 한약 바이오벤처인 한약마을이 유명하다. 한약마을은 한약학과 임상학회인 태극학회 학생들이 모여 만든 업체로 각종 한약재 개발과 한약방 프랜차이즈 사업을 겸하고 있다. 창업자 5명이 자금을 출자하고 한약학과 교수들이 기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생리통 진통제를 개발했고 항암제 원료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 김재영 대표는 "석 달에 하나꼴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참한약국'은 현재 5호점까지 예약된 상태다. 대구공업대 도자디자인과(구 요업과)의 창업동아리 '토담회'는 2000년 2개의 도자기 관련 업체를 배출했다. '흙굽는 마을'의 이영식 대표는 졸업을 앞두고 체험학습을 아이템으로 창업한 케이스다. 체험학습장을 만들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자기를 가르치고 있다. 이 대표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창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동아리 1년 선배인 서정선 대표는 졸업 후 도자기 재료를 취급하는 광주요업을 차렸다. 충북 주성대 뷰티디자인과 01학번인 신주동 새빔 대표도 전공을 살려 '조립식 웨딩드레스'를 창업아이템으로 선정했다. 신 대표는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유난히 팔뚝이 두꺼운 친구의 웨딩드레스 차림이 안쓰러웠다고. 그래서 '소매 부분만 따로 맞춰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에 체형에 따라 각 부분을 조합할 수 있는 웨딩드레스를 착안해냈다. 이밖에 유현컴퓨터보안(대표 유수현ㆍ밀양대), 애드맥스(대표 정인철ㆍ영남대), 에틱월드(대표 전상렬ㆍ고려대)도 학업을 창업으로 연결시킨 케이스다. ◆ 왜 창업에 나서나 대학생 창업이 크게 늘어나는데 대해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는 데다 근무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어 학생들 사이에 취업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모델들이 생겨나고 IT경기도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어 대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대학 1∼2학년에서도 '내 직장은 내가 만든다'는 열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