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창업' 따라잡기] '팍스바이크' 박호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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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성씨(41)는 최근 서인천 검단지구에 자전거 점포를 차렸다.
인테리어 등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 가게다.
그는 지난 4월 초까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의 간부사원(차장)으로 근무했다.
그의 아내 박효진씨(37)는 인근 김포시 북변동에서 퀼트(조각보 수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4년 전 취미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짭짤한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남편 박씨가 자전거점을 차릴 결심을 했을 때 친지들은 펄쩍 뛰었다.
후원자라곤 아내 박씨가 유일했다.
천조각만 보면 마냥 행복했던 아내 박씨는 "자전거를 만지작거리며 나만큼이나 행복해하는 남편의 창업의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업전선에 뛰어든 박씨 부부의 '내 사업 갖기'과정을 따라가본다.
인천 서구 검단지구에 있는 팍스바이크(PARK's BIKE)의 박호성 사장은 자전거 '마니아'다.
주말마다 산악자전거(MTB)를 끌고 산과 들로 향했고 퇴직 전까지는 자전거로 출·퇴근했을 정도다.
경기도 김포에 살던 박 사장은 서울 상암동 한강둔치까지 차를 끌고와 주차한 뒤 이태원의 회사까지 15km를 자전거로 출근했다.
그는 수년 전 산악자전거 타기에 흠뻑 빠졌다.
내친 김에 'MTB 전문숍'도 내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실행하자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안정된 직장의 중견 간부란 처지가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자전거가 아무리 좋다지만 쉽게 포기하기엔 미련이 남았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도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자전거 가게 주인인 아빠를 딸이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딸아이가 좀 더 클 때까지만 직장에 다니기로 자신과 타협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자전거 사고를 내면서 창업쪽으로 마음이 급격히 기울었다.
정차 중인 트럭에 부딪쳐 눈밑 안면뼈들이 산산조각난 것.티타늄으로 뼈들을 일일이 붙여야 할 만큼 대형사고였다.
꼬박 두 달 동안 병원신세를 졌다.
"이제 자전거는 쳐다보지도 않겠지"라며 가족들은 오히려 다행스러워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허를 찔렀다.
창업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
그동안 시장조사를 통해 박 사장은 사업가능성을 확신했다.
점포 입지만 좋으면 돈벌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
자전거에 관해서는 전문가 경지에 올라섰다는 자신감도 창업에 박차를 가하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MTB 전문숍'창업의 길은 험난했다.
입지난과 자금난이 창업을 가로막은 것.
수도권을 샅샅이 훑었지만 마땅한 점포가 없었다.
경쟁 점포들이 줄지어 있거나 아니면 임대보증금이 너무 비쌌다.
회사에 사표를 낸 후 단골 자전거점에 일단 취직했다.
넉 달간 도제교육을 받으며 자전거 수리와 점포운영 노하우를 익혔다.
틈틈이 점포도 물색했다.
그러다 서인천 검단지구가 눈에 들어왔다.
경쟁 점포가 없고 아파트단지 등이 계속 들어서고 있어 전망이 밝아 보였다.
그러나 새로 형성되는 아파트촌이라 MTB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따라 창업종목을 일반 자전거 대리점으로 잡았다.
창업비는 점포보증금 4천만원을 비롯 초도물품비 인테리어비 등 모두 1억원 남짓.
지난 8월4일 서인천세무서에 사업자등록신고를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자등록증에 잉크도 안 마른 상태다.
짧은 기간이지만 벌써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박 사장의 사업감각과 열정,좋은 입지가 어우러진 결과다.
아직 홍보가 덜 돼 자전거 판매대수는 적다.
하지만 자전거 수리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몇 달 적자를 예상한 박 사장도 놀랐다.
수리 매출만으로도 거뜬히 가게가 굴러가기 때문이다.
점포 홍보도 점차 강화하고 있다.
돈이 들더라도 효과적인 몇 가지에 집중키로 했다.
대형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도 그 중 하나.
비용이 만만찮게 들겠지만 인근 지형구조를 감안할 때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박 사장은 생각하고 있다.
자전거 캐리어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자신의 자가용도 훌륭한 마케팅 도구다.
대형 현수막을 붙여 아파트 입구 등에 주차시켜 놓기만 하면 자연스레 입체 홍보물이 된다.
박 사장은 2년 후에는 현재 점포를 MTB 전문숍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 때쯤이면 강원도나 경기도 휴양지역에 펜션을 지어 MTB 코스와 연계시킨 종합레포츠 사업을 펼친다는 꿈도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팍스바이크 (032)563-8944
글=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