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 신세계 구학서 사장 (6)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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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이 자리를 잡아가던 2001년 중반.기업윤리실천사무국엔 "간부들이 사회봉사활동에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잇따라 접수됐다.
모범이 돼야 할 과장·부장급 간부들의 사회봉사활동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었다.
임원들은 더 심했다.
"갓 입사한 사원들은 교육을 통해 윤리경영에 대한 CEO의 철학을 쉽게 받아들였습니다.반면 10년이상 유통업에 종사해온 간부들은 좀 달랐습니다.봉사활동에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이었죠."
구학서 사장은 간부 사원들의 참여율을 높이려면 임원들에게 솔선수범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임원들이 솔선수범하지 않고서는 윤리경영이 뿌리를 내릴 수 없다고 보았다.
그해 말 구 사장은 2002년부터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을 평가할 때 윤리경영 실천내용을 10% 반영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임원 평가의 핵심 잣대는 실적으로 비중이 50%에 달했다.
하지만 수년째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점수는 더이상 변별력이 없어졌다.
'윤리경영 10%'는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윤리경영 점수(1백점 만점)는 △협력회사 만족도 △임직원 부정·부실 건수 △사회공헌활동 실적 △윤리경영 교육 참여도 △사회공헌 비용 등 5개(항목별 20점)로 구성됐다.
사회공헌활동의 경우 연 5회이상 직접 참여한 임원은 만점인 20점,한 번만 활동한 임원은 최저점인 10점이 주어진다.
활동 내용을 증명하기 위해 관계사 대표들도 사진을 찍어 제출하고 있다.
근무시간중 교육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윤리경영과 관련된 직원들의 활동과 교육에 대한 지원도 임원 평가 항목에 들어 있다.
윤리경영 점수가 반영된 지난해 승진에서 실적 성적이 우수했지만 윤리에서 흠결이 발견돼 탈락한 사례도 나왔다.
구 사장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초 임원 워크숍에서 "앞으로 계열사 대표와 임원의 윤리경영 평가 비중을 10%에서 20%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사무국은 또 기존 평가 항목들이 유통 호텔 건설 외식 등 각 사별 임원의 고유한 업무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고 '공통항목' 3개와 '선택항목' 7∼8개로 평가항목을 세분화시켰다.
공통항목은 사회공헌활동 실적,임직원의 부정부실 건수,윤리경영 교육참여도 등 3개로 각 20점씩 60점,나머지 40점은 직무에 따른 선택항목에 배정했다.
예를 들어 신세계건설 임원의 경우 건설법규 준수에 대한 노력이,신세계푸드시스템 임원은 식품 안전관리 정도가 새로운 평가항목으로 추가됐다.
신세계 경영지원실장의 경우 이사회 개최 및 사외이사 참석률에 대한 평가도 받게 된다.
얼마나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려고 애썼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새 기준은 올 하반기 승진심사부터 적용된다.
평가기준의 개선과 함께 신세계의 윤리경영은 점차 정착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