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월요경제'] 국정실험 이젠 끝인가

한강 속의 섬 여의도는 1990년대 KT 등 통신업체들의 단골 시범서비스 지역이었다. 아무리 빼어난 정보통신 기술도 여의도에서 먼저 써보고서야 안심하고 상용화했다. 다른 지역과 구분된 섬인 데다 국회 증권거래소 신문ㆍ방송사 금융회사 병원 학교 아파트단지까지 없는게 없는 최적의 입지 덕이다. 이런 여의도에도 없는게 세 가지 있다. 단독주택이 없고 전신주가 없고 호텔은 있어도 여관이 없다. 요즘 없는게 하나 더 늘었다. 저질 개그판으로 변질된 정치판의 '염치'가 안 보인다. 지난주에 대통령은 '개구리'로, 야당은 '파리'로 비유됐다. 그 이유는 글로 옮기기도 민망하다. 욕설과 저주로 도배된 '정보통신 강국'의 인터넷 게시판에나 오를 수준이다. 25일로 '참여정부'는 출범 6개월을 맞는다. 치고 박고 찢고 갈라서고 하는 사이에 어느덧 반년이 훌쩍 흘렀다. 지지도는 출범 초에 비해 반토막 났다. 썩 내세울 것 없는 전직 대통령조차 "만인의 만인에 대한 노골적인 투쟁만 있다"며 '무능ㆍ무지ㆍ무대책 정권'이라고 한껏 목청을 높이는 판이다.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물론 대통령 본인의 책임이 적지 않다. '코드'에 치우쳐 대선에서 그를 찍지 않은 절반을 실망케 했고, 탈(脫)권위는 리더십의 위기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출범 6개월을 맞은 정부는 뭔가 추슬러보자는 분위기다. 경제정책조정회의(25일)에서 신용불량자 청년실업 노사분규 등 갖가지 난제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추석 물가대책(25일), 외국인투자유치 종합대책(26일)을 가다듬고 한 주 미룬 세법 개정안(28일)도 확정한다. 국회에선 주5일 근무제 본회의 통과(29일)를 예정해 놨다. 아울러 외환위기 이후 최저인 2분기 '1.9% 성장'이 경기 바닥을 의미하는지도 궁금하다. 3분기 첫달인 7월 산업활동동향(28일)과 국제수지(29일)를 봐야 감이 잡힐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국정의 연습이나 실험은 곤란해졌다. 북한 미녀 응원단에 한눈 파는 동안 한반도 평화를 가늠할 '6자 회담'(27~29일)이 열린다. 1백여년 전 구한말이나 50여년 전 해방 전후처럼 한반도 운명은 '4강'(미ㆍ일ㆍ중ㆍ러)을 떼고선 생각할 수 없나 보다. 해방 직후 "소련놈에 속지 말고, 미국놈 믿지 마라. 되놈은 되나오고, 일본놈은 일어난다. 조선사람 조심하라"는 동요가 유행했다. 잘 잊는게 우리네 속성이라지만 이는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