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한경 등 경제신문 공동회견] "경제정책 관료들이 주도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6개 언론사 편집국장 등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임 6개월째인 이날 회견은 주로 경제문제에 집중됐다. 노 대통령은 특히 노동계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면서 새로운 노사문화 조성과 노사관계 개선을 통한 산업평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며, 현 경제팀에 대해서도 "당분간 개각이 없다"며 신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방안과 관련, "장관들에게 맡기고 경제에 관한한 대통령은 뒷 전에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활성화와 관련해선 "자기 성취 못지 않게 상속도 기업인의 목표"라며 "상속은 정당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경제대통령관(觀)' 등 여러분야에 걸쳐 자세한 설명을 했다. ----------------------------------------------------------------- -소득 2만달러 목표 등에 맞춰 내각을 개편할 계획은. "청와대와 내각의 진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적을 했다. 그러나 당분간 이대로 가려고 한다. 교체 얘기가 임명 3개월쯤에 나왔는데 도대체 3개월 장관 시켜 놓고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6개월이면 대개 정책방향은 짐작할 수 있지만 결과로 평가하기엔 너무 짧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아마추어 아니냐, 386측근 중심이 아니냐고 하는데 이건 사실과 다르다. 모두 전문가이고 검증을 받은 인사들이다. 개혁적 성향의 인물은 일관되게 가지고 가려 한다." -경제 각료들에게 전장의 장수처럼 구체적인 권한을 부여할 생각은 없는가. "어려운 문제다. 실제로 (청와대는) 상황만 접수하는데, 공무원들이 질문하고 과제를 정해 달라는 것을 보면 대통령 문화에 대한 인식이 한참 바뀌어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경제정책과 관련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등의 차원에서 청와대에 경제수석을 부활하라는 요구가 있다. "정책혼선은 이전 정부에서 많이 보아 왔다. 이견이 좀 있는게 오히려 당연한 것 아닌가. 부처간 이견인 것도 있고,아닌 것도 있는데 (언론들이)그 과정을 존중했으면 좋겠다. 그 과정을 극비리에 하라고 하면 공개행정에도 맞지 않다. 장관이 책임지고 청와대는 그게 대통령의 국정과제 방향과 이탈되는 것은 아닌지를 관리하고, 청와대가 개입할 때는 대통령이 절차를 밟아 개입하겠다. 경제수석실을 부활하지 않겠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 기업 사기진작을 위해 정부와 기업인이 서로 어울려 화합하고 그런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 반기업정서부터 없애야 한다. "부(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다듬는 일, 인식을 바꾸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기업에 대해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가. 그동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고 기업과 대화를 했다. 그 상징으로 몇몇 개별기업을 방문했다. 다만 개별기업이나 기업주와 따로 만나는 것은 꼭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들고, 국민들의 시선도 조금 부담스럽다. 개별적으로 접촉해 투자가 확실히 된다면 그런 뒷얘기를 무릅쓰고라도 하겠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 확신을 못하겠다. 지금 경제의 전망이 어두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가 지금만큼 문제 없던 적이 없다. 이보다 더 심각할 때도 국민들이 잘 대처해 줬다. 정부는 비교적 정책적으로 자신있는 것을 준비 중이다. 지금 연구개발 중심으로 기술혁신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는게 중요한데 이것을 통해 청년실업 대책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 -노사문제로 사회가 시끄러운데 해법과 신노사 모델을 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앞으로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어떤 노사집단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모순된 듯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면 단호히 법과 원칙으로 대한다. 그 법이 옳다, 그르다 따지지 않는다. 노사 모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방식을 통해 제도를 선진화, 국제기준에 맞게 해야 한다. 핵심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다. 노동자를 위해서도 노동시장 유연화의 폭을 넓혀 나가겠다. 이 제도와 관련, 일부 강력한 조합이나 강력한 투쟁력 있는 노동자는 아주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지만 그 외 힘이 약한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공고한 고용관계는 좀더 유연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기업쪽에선 노동법을 꼭 지키고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 노동시장이 더욱 유연해지면 우리 사회에 확고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 부실하다. 사회안전망을 갖춰 나가겠다." -정부 내 이견있는 정책이 많다. 출자총액 제한이 그런 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출자총액제도 문제는 시장에서 투명성 높아지고, 투명성을 감시하는 기능이 잘 발달돼 있으면 폐지해도 된다. 시장의 투명성 감시가 안되니 출자총액 제한이라는 무리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당분간 현 제도를 유지해 간다는게 내각의 합의다. 물론 시장에 맡겨져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시장의 감시기능이 향상되면 거기에 비례해 이 부분은 점차 줄이는게 옳다고 본다." -돈과 부동산 부에 대한 철학은 어떤 것인지, 나중에 자녀에게 재산상속은 할 것인가. "집 한채 정도는 상속해 주고 싶은데 준비를 못했다. 살던 집이나 주려나 생각했는데 그 집도 팔았다. 월급모아 나가서 집사주고 싶은데 현재는 상속해줄게 없다. 상속은 정당한 것이다. 다만 적당한 상속세를 내고 공평한 과세를 위한 제도 기반은 필요하다. 돈 많은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정당당하고 경쟁이 공정한 사회라야 한다. 그래야 부자가 떳떳이 자랑할 수 있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부러움과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스스로 경제대통령을 선언하고, 노사 양쪽에 양보안도 직접 제시하면 어떤가. "경제대통령이 되면 영광이지만 두가지 애로가 있다. 하나는 아무리 말해도 국민들에게 경제대통령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 것이고, 이미지가 바뀌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대통령이 경제에 대해 너무 깊이, 자주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경제살린 대통령은 루즈벨트 뿐이다. 특히 경제각료들이 경제하는 것은 좋은데, 대통령이 경제를 주도하는게 바람직한 일이냐는 지적도 있다. 기술혁신 동북아 시장개혁 균형발전 등 장기적으로 여건 조성은 하겠지만 단기적으로 치고 나가는 방식은 국가장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린스펀에 완전히 맡겨 성공했다." 허원순ㆍ정종호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