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개막] 先핵폐기.先체제보장 맞서..첫날 기조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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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27일 기조연설에서 북핵문제 해법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6개국 모두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는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해법에 대해선 제각각의 방안을 제시했다.
◆각국 기조연설=우리 정부는 북한에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 준수를 요구했다.
또 북한이 핵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대북 경제협력 및 지원과 인도적 차원의 식량 및 에너지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는 특히 북한의 안보우려를 해소하는 데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이 이른 시일내 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촉구하면서 북한이 핵 포기를 완전히 이행한다면 북미 수교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핵 포기 대가는 없다"는 원칙 하에 대북 체제 서면보장과 경제지원 등 구체적인 대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같은 '강경기조'는 북한과의 '기 싸움' 성격이 강하지만 한·미·일의 공조에 따른 전술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채찍',한국과 일본은 '당근'을 제시,양동작전을 폄으로써 북한이 '시간벌기용'으로 회담을 낭비할 여지를 좁히면서도 북한을 협상국면에 유도하는 이른바 '역할분담'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민 납북 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문제 해결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핵 폐기에 나선다면 대북경제 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전환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가침조약을 맺어 안전을 보장한다면 기존 핵활동 공개를 비롯해 핵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연설의 주조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같은 조건이 전제되지 않는 국제 핵사찰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를 강요한다면 자위 차원에서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는 종전의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은 핵 폐기,미국은 대북 체제보장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고 '중도적'인 노선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러 양국은 대북 체제보장 방안과 관련,미국의 보장이 미흡할 경우 양국이 이에 대해 보증할 수도 있다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 도출 불투명=북·미간 입장차가 이날 본회담에서도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번 6자회담에서 뚜렷한 북핵 해결방안이 도출되기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측 수석대표인 왕이 외교부 부부장도 "북핵문제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한두 번의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고 협상 도중에서 일부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낙관하기보다는 회담 참가국들이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읽고,신뢰를 쌓아 대화기조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만 해도 큰 성과라는 지적이다.
6자회담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대화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이번 회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긴 여정의 출발점이 될지,또다른 대화의 틀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