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분규…다국적 기업 떠날까 걱정" ‥ 이강호 회장

"다국적 기업은 국적이 없습니다. 한국 시장이 노사 분규 등으로 경쟁력을 잃으면 언제든지 다른 시장으로 옮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협회 이강호 회장(한국그런포스펌프 대표)은 최근 한국네슬레 한국오웬스코닝 등 외국계 기업의 노조 파업 사태와 관련, "다국적 기업이 한국을 떠나면 결국 그 기업에 종사하고 있던 직원들과 한국경제에 피해가 돌아갈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노사분규가 있어도 국내 시장을 버릴 수 없지만 외국 기업들은 글로벌을 무대로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경쟁력을 갖춘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현 정부가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위해 외국계 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데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에게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자동차 산업을 커버스토리로 다룬 영문잡지 '포천'을 꺼내 보이며 "다국적 기업의 경영자가 봤을 때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시장과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시장 중 어느 곳에 눈길이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회장은 잡지를 한장씩 넘겨 2,3페이지에 연달아 실린 말레이시아와 두바이의 국가홍보 광고를 보여주며 "우리 경쟁국들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국가 이미지를 가꿔 가는데 한국 정부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인 사장으로서 그는 "다국적 기업은 국적이 없지만 거기서 일하는 한국 사람은 분명 한국 사람"이라며 "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손자병법에 '훌륭한 지도자는 아군의 양식을 적의 창고에서 조달한다'는 대목이 있듯이 첨단기술과 우수한 경영능력을 갖춘 다국적 기업을 적극적으로 국내에 유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국익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 회장의 '다국적 기업론'. 한국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외국 기업 유치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합리적인 노사관계 마련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이 회장은 지적했다. "근로자들의 권익이 침해돼서는 안되지만 경영 참여 등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옳바르지 않습니다. 노조도 경영자나 투자자들의 권익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노사문화 정립이 바로 동북아 허브로 가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이 회장은 육사를 졸업한 뒤 유원건설 하림통상을 거쳐 90년부터 한국그런포스펌프 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외국계 기업에 몸담고 있는 한국인 사장들의 모임인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