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파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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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아파트 이름을 접하고는 다소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트럼프타워 캐슬 팰리스 까르띠에 등등 아파트 브랜드가 현란하기 때문이다.
흔히 눈에 띄는 이러한 이름으로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어느 나라 부자 못지않게 살고 있는 셈이다.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로열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외국인들은 지체 높은 왕족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아파트단지에 붙여진 이름은 외국어가 태반이다.
개중에는 영어 불어 독어 등을 자의적으로 합성한 이름들도 많아 국적마저 불분명한 사례가 허다하다.
심지어는 한 아파트 단지내에 여러 개의 그럴 듯한 외국어 이름이 부착돼 있는데 이는 여러 건설사가 컨소시엄으로 지어 그 지분에 따라 각각의 브랜드를 붙여서라고 한다.
기존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개명(改名) 바람도 불어 기존 아파트의 이름이 토속적인 우리말보다는 외국어 이름으로 바뀌고 있기도 하다.
이런 추세와는 달리 최근 일부 업체에서는 친환경적이면서 순 한글로 된 이름을 선정,브랜드를 교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에서도 새로운 아파트문화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아파트이름을 선택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좀 더 멋진 우리 말 이름들이 나올 것 같다.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매화 목련 같은 꽃이름이나 소월 우륵 등 선인들의 이름을 딴 우리식 이름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방방곳곳에 붙여진 동네 지명을 보면 전설과 풍속을 담고 독특한 자연환경을 묘사하는 이름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그 이름들은 곧 우리 조상들의 얼과 생활전통이 녹아있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부르기 편하고 기억하기 쉬운 예쁜 우리 말 이름을 도외시하고 구태여 외국이름을 고집하는 행태는 지양할 일이다.
주택업체들은 과장된 브랜드를 부각하는 것보다는 살기 편한 아파트를 지으면 그 브랜드는 저절로 성가가 높아질 것이다.
외국인이 사는 아파트가 아닐진대 이왕이면 우리 가슴에 와 닿는 토종 이름을 찾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라고 권하고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