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美근로자의 근무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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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강연이 열리면 보통 1백50명 정도가 참석한다.
강연 섭외를 맡고 있는 소피아 강은 "최근엔 참석자가 80~90명 정도로 예전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부진으로 해고가 늘어나면서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강연 참석자가 준 것 같다"고 해석했다.
경기부진기의 생존 전략이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강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비단 경기 부진 때가 아니더라도 미국 근로자들의 근무 강도는 예상외로 세다.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라면 오전 9시 정각에 일을 시작한다.사적인 전화는 간단한 통화말고는 거의 하지 않는다.
점심도 혼자서 샌드위치로 떼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실제 점심을 먹는데 20분 정도 밖에 할애하지 않는다.
나머지 시간에는 오전에 못다한 일을 하거나 오후에 할 일을 준비하고 때로는 조깅 등으로 체력을 다진다.
미국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9시 출근은 9시 정각에 정문을 통과하는 것을 말한다.
출근하면 아침 신문을 뒤적이다가 동료들과 커피 한잔 하면서 담배를 피운 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일을 시작한다.
곧 이어 점심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어울려 나가 1시간 이상 있다가 들어오기 일쑤다."
비록 일부 직장인에 해당되는 얘기지만 선뜻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주재원으로 있다가 미국 기업으로 옮긴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게 미국 기업의 근무 강도에 적응하는 일이다.
"업적을 내지 못하면 언제라도 해고를 당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죠.상사가 감시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긴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미국 유수의 증권사에서 일하는 K씨는 "오늘도 혼자 샌드위치로 점심을 떼웠다"며 "해야 할 일이 많아 담배 피우러 건물 바깥으로 나가는 시간도 아깝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내년 7월부터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모양이다.
미국에 비하면 때늦은 감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점심시간을 쪼개서 일할 정도의 근로윤리와 직업의식까지 미국 근로자들 수준에 와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