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에 담긴 달콤한 욕망 .. 이만교, 장편소설 '아이들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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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작가 이만교씨(36)가 장편소설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와 창작집 '나쁜 여자,착한 남자'를 동시에 펴냈다.
'아이들은…'는 산골마을의 소년 동이가 큰누나로부터 '공'을 선물받으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이 기둥 줄거리.
산골마을에서는 귀한 '공'을 얻은 동이는 꼬맹이들의 세계에서 일약 '실력자'로 부상한다.
마을 소년들은 동이를 따르는 무리와 이를 고깝게 여기는 아이들로 양분된다.
공을 둘러싼 대립과 반목은 갈수록 심해지고 급기야는 어른들의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작가는 "그래,나도 어렸을 때 이러고 놀았지 하고 옛 추억에 잠시 젖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기성 세대나 할 것 같은 고민과 갈등과 반목을 사실은 아이들 때도 똑같이 하면서 산다'는 메시지다.
이 소설을 하나의 우화로 받아들인다면 '공'은 근대 문명이 던져준 욕망의 대상들을 은유한다.
그 존재를 몰랐다면 몰라도 '공맛'을 본 다음에야 그 달콤함을 쉬 떨칠 수 없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생기게 마련이다.
작가는 '공(ball)'을 '공(空)'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공'은 사건을 발생시키는 원인이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 실체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한 의미에서의 '공(空)'이라는 것.
창작집에는 표제작 '나쁜 여자…'와 '농담을 이해하다' 등 2편의 중편과 4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발랄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슬프게 우리 시대의 성(性)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나쁜 여자…'는 상처(喪妻)한 후 독신으로 지내는 한 중년남자가 회사 부하 여직원과 나누는 사랑과 욕망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나'는 부하 여직원 '선영'과 은밀한 관계를 나누면서 고지식한 주부 사원 '정숙'을 유혹하려 한다.
그러나 '정숙'은 회사에서 관행적으로 저질러져 온 서류 변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인간시대'나 '칭찬합시다' 등의 TV 프로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요즘 보기 드문 여자다.
'나'나 '선영'과는 대조적 캐릭터인 '정숙'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작가는 "나는 이 냉혹한 세상을,이 세상의 기만성을 비웃고 싶었고 경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2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 부문,98년 '문학동네' 동계문예소설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2000년 제2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