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혁신시대] 첨단 정보기술 新메카 ‥ 서울디지털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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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구로공단을 가본 적 있는 사람이 오늘 그 곳에 간다면 누구든 깜짝 놀랄 것이다.
"아니, 공해공장으로 가득하던 곳이 이렇게 바뀔 수 있단 말인가"라고 외치게 될 것이다.
사실 지금 구로단지에 가면 옛 구로공단은 없다.
왜냐하면 공단의 이름부터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1ㆍ2ㆍ3단지를 합쳐서 60만평에 이른다.
지난 3년 전까지만 해도 이 단지엔 섬유 피혁 봉제 등 약 4백50개 전통 제조업체들이 터를 잡고 있었다.
이들 중 첨단기술을 갖춘 기업의 비중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는 1천6백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무려 1천1백50개 기업이 3년 사이에 새로 이사를 온 것이다.
지난 20년간 계속 낙후되고 가라앉기만 하던 구로단지가 어떻게 이렇게 변모했을까.
이것은 바로 혁신을 했기 때문이다.
혁신운동의 주체는 바로 산업단지공단이다.
산단공은 첫번째로 공단, 즉 공업단지라는 용어를 산업단지로 바꾸었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공업단지가 제조업을 영위하는 공장만 입주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을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구로단지는 이제 제조업체와 함께 정보 바이오 환경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체들이 입주하는 산업집적 단지가 돼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30일 산업자원부가 공업배치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공업단지이라는 이름에 법적으로 사망을 선언했다.
이제 산업단지만 있고 공업단지는 없어져버린 것이다.
법률의 이름도 '산업집적 활성화법'으로 바꿨다.
요즘 서울디지털단지에는 곳곳에 테크노빌딩들이 들어서고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몰려든다.
'지식기반산업 집적지구'가 돼가고 있다.
구로단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77년에 조성해 79년부터 분양을 시작한 반월단지도 그렇다.
반월단지는 지난 84년 분양을 완료했을 때 1천5백개 업체가 입주했다.
그러나 이 단지는 수도권 공해 업종을 집단 이주시키는 단지로 활용됐다.
때문에 도금 염색 피혁 도료 등 공해 배출 공장들이 많았다.
그러나 현재 이 단지에 입주해 있는 약 2천개 공장들 가운데 약 80%가 첨단기술을 갖춘 기업들이다.
현재 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 단지는 총 29개다.
면적은 약 8천만평에 이른다.
입주 기업도 1만6천개에 달하며 연간 69조원어치를 생산해낸다.
수출 총액의 46%를 이들이 맡고 있다.
이 거대한 산업단지가 요즘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공단'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냈다.
산업단지가 드디어 국가 혁신을 주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