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유선방송 다툼 법정비화.. 케이블TV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놓고

고속 인터넷서비스를 둘러싼 통신업체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간 갈등이 결국 법정소송으로 번졌다. KT는 3일 경기 성남.분당지역 SO인 아름방송을 상대로 "케이블TV 방송목적으로 임대한 KT의 전주와 관로(통신회선을 설치하기 위한 구조물)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용으로 무단 전용하고 있다"며 대여설비의 목적외 사용금지 청구소송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냈다. KT는 아름방송이 지난해초 방송용으로 임대한 전주 1천1백80여개와 관로 1백72km를 이용해 올 3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해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KT는 또 서울지역 SO가 방송용으로 임대한 전주 2천여개를 인터넷서비스용으로 무단 사용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하고 소송을 준비중이어서 통신과 방송간의 영역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T의 소송배경=KT가 아름방송을 제소한 것은 유선방송사업자들이 케이블 TV망을 이용해 저가에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통신업체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조기에 견제하지 않으면 초고속인터넷 시장 잠식이 가속화될 것으로 KT는 보고 있다. 아름방송은 케이블TV와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한데묶은 번들링서비스를 개발,2만원대의 싼 가격에 제공하면서 가입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격은 KT의 VDSL(초고속인터넷서비스)라이트 기준 가격인 2만8천원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KT측은 "지난7월의 경우 SO가 저가공세를 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전체 가입자 증가율 0.9%보다 훨씬 높은 6.3%의 성장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아름방송이 자체 시설투자는 소홀히 하면서 다른 용도로 임대한 시설을 초고속인터넷서비스로 전용해 저가공세를 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딜레마에 빠진 SO=아름방송측은 이에대해 "아직 소장을 전달받지 못해 정확한 내용을 모르겠다"며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아름방송은 KT측으로부터 임대하지 못할 경우 적잖은 비용을 들여 자체 관로를 깔아야 할 처지여서 불필요한 마찰은 피해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스카이라이프와 제휴관계를 맺고 인터넷사업자로 전문화하기 위해선 KT와의 경쟁이 불가피해 딜레마에 빠졌다. SO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KT가 실제로 초고속인터넷이 흘러가는 케이블 TV전송망이 아닌 전주나 관로의 임대계약을 들어 계약위반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분쟁과 관련,"김밥집(초고속인터넷서비스)을 하는 건물주(KT)가 떡볶이(케이블TV)장사를 하기 위해 점포를 빌린 임대인(SO)이 김밥 메뉴를 추가했다고 시비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