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슈뢰더 개혁안 반대의 이유

독일경제는 지금 2차대전후 최악이다. 경제성장률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상태이며 실업자 수는 사상 최대치인 5백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이같은 독일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근 '아젠다 2010'이라는 경제개혁안을 마련했다. 연금 축소가 개혁안의 요지다. 그러나 이 개혁안은 '아젠다 2010'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다. 10년후에도 경제를 괴롭힐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제위기는 고조되고 투자자들이 사라지고 있는 동안 정부는 아무런 일도 없는 것처럼 태평하게 지내왔다. 독일을 심각한 경제위기에서 건져낼 획기적이고 광범위한 대책을 제시하는 대신 슈뢰더 정부는 재정적자만 늘려왔다. 재정적자가 지금의 반만 돼도 슈뢰더 총리의 경제개혁안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젠다 2010'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주정부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적자는 헌법이 정한 한도 이상으로 급증할 게 분명하다. 따라서 슈뢰더 총리의 개혁안은 받아들일수 없다. 연방의회 상원도 '아젠다 2010'을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경제가 국제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구조개혁은 노동시장에서부터 연금체제,사회안전보장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책분야를 망라해야 한다. 지금 독일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보다 빠른 경제성장과 고용확대를 위한 기초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노동시장의 세 축인 국가와 기업 근로자간의 관계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점에서는 노동조합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독일 노조는 완고하고 낡아빠진 근로계약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독일 노동시장은 유연해질수 있다. 지금 독일기업들은 기술숙련도가 낮은 근로자들에게도 매우 높은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때문에 독일기업들은 기술이 그다지 필요없는 업종을 중심으로 동유럽과 아시아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다. 그 결과 실업자는 더욱 늘어나고,경제성장이 저해되는 구조적인 악순환에 빠져 있다. 이 악순환은 종식돼야 한다. 이와 관련,헤센주 정부는 '복지 대신 일자리(work instead of welfare)'라는 구호 아래 노동시장의 패러다임 시프트(발상의 전환)를 도모하고 있다. 앞으로 복지혜택을 실업자보다는 저임 근로자에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과 영국 등이 실시해온 정책이다. 독일연방 정부도 이런 식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할 것이다. 이 정책은 독일경제를 성장시킬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실업의 함정에서 구해낼수도 있다. 정부는 또 기업들이 미리 계획하고 투자할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하고 소비해야만 경제회복이 가능하다. 복지국가로서 독일의 모든 구조적 문제점들은 경제가 강해져야만 해결될수 있다. 따라서 우선 경제를 살려놓고 볼 일이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경제·사회·노동시장의 철저한 개혁이 올바르게 시행돼야 한다. 그동안 슈뢰더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뒤늦게 개혁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미진한 점이 적지 않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 ◇이 글은 롤랜트 코흐 독일 헤센주지사가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Schroder's agenda misses the point'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