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열풍] 30代 직장인 "나는 이래서 이민상품 신청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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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홈쇼핑이 판매한 캐나다 이민상품을 신청했다는 한 직장인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D그룹에 근무하는 35세의 S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이민상품을 신청한 이유와 심경을 상세하게 써 보냈다.
"복잡한 한국이 싫어 이민가려 한다"는 그를 7일 직접 만났다.
-왜 한국이 싫은가.
이민은 일종의 현실 도피 아닌가.
"한국을 떠나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라.
정신이 없다.
도대체 여유를 가지고 살 수가 없다.
뉴스를 보면 무섭다.
공기도 탁하고 사회도 탁하다.
복잡한 한국이 싫다.
자본에 국경이 없듯 삶에도 국경은 없다.
한국사람이라고 해서 꼭 한국에서 살아야 하는 시대도 아니다.
이민은 도피의 성격도 있지만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떠나고 싶다."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없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제일 크다.
우리나라도 옛날과 달리 평생 직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사오정(45세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아있을 생각하면 도둑) 신드롬이 싫다.
그런 문화가 싫다는 얘기다.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회사에서 언제 잘릴지 모른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패배주의적 시각이 아닌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문제는 사오정 오륙도를 들을 때마다 서글퍼진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2년간 MBA 과정을 수료했다.
열심히 하면 승진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이 싫어서가 아니라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나도는 문화가 싫다."
-캐나다로의 이민을 생각한 이유는.
"나는 아직 아이가 없다.
충실하게 맞벌이를 해 목돈을 마련한 후 자녀를 가질 계획이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자녀들 사교육비로 엄청난 비용을 지출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걱정스럽다.
어떤 때는 2세를 갖고 싶은 생각도 없어진다.
그런데 캐나다는 18세까지의 교육이 무료라고 들었다.
공교육 제도가 잘 돼 있다.
개인적인 레슨을 받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 18년간 들일 사교육비를 안써도 된다고 생각하면 가볼 만하다."
-다른 이유는 없나.
"솔직히 쾌적한 생활환경이 마음에 든다.
캐나다는 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뉴스가 그 도시의 톱뉴스로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여름에 10박11일로 캐나다 배낭여행을 할 때 TV 뉴스에서 봤다.
사건사고가 없어 교통사고로 죽은 학생의 장례식 소식이 톱뉴스로 나왔다.
한국뉴스는 너무 시끄럽다.
주변 자연환경도 좋아 다양한 레저활동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같이 과도한 업무와 술문화가 없어 대부분의 가장들은 주말내내 가족들과 지낸다고 한다."
-준비는 하고 있나.
"미국에서 대학원도 다녔다.
배낭여행도 사전답사 형태로 다녀왔다.
기술교육 이민상품을 선택한 것도 잘 따져보고 고른 것이다.
기술이민을 가려면 컴퓨터와 IT쪽 경력이 있어야 하지만 나는 없다.
또 돈이 없어 투자이민을 고를 수도 없었다.
기술과 어학교육이 들어있는 상품이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 가면 평소 관심분야인 부동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이다.
2년간 준비하면 자격증 취득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내는 컴퓨터를 전공했다.
그동안 웹디자이너로 꾸준히 일해 왔다.
어학교육만 잘 받는다면 일자리를 잡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그곳의 중산층 수준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돈도 모으고 있다."
-그래도 불안하지 않은가.
"이민상품을 구입하면서 불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속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과연 현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지, 알지 못하는 나쁜 단면은 없는지, 무엇을 해서 먹고 살지도 걱정된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