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차별 무역장벽] 對韓적자 해소…주력상품 '정조준'

지금까지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반덤핑 제소를 당한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97년 이후 반덤핑조사 대상 5건중 4건 꼴로 한국제품을 올려놓았다. 연간 3백억달러에 달하는 대(對)중국 수출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계획대로 휴대폰 수입 규제, 자동차 부품 수입관세 인상 등이 겹치면 한국의 수출은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보고 있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여 중국이 농산물을 '무기'로 들고 나올 경우 자칫 '제2의 한ㆍ중 마늘 분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지난2000년 한국이 중국산 수입 냉동ㆍ초산 마늘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하자 즉각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제품 수입을 중단했었다.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63억5천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올해는 1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 첨단제품도 규제대상에 올라 문제는 최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사실상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 석유화학 등 제한된 업종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던 무역규제가 광섬유 휴대폰 등 첨단제품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규제방식도 기존의 반덤핑 조사보다는 관세체계 개편이나 수입쿼터제 같은 인위적인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반덤핑 조사가 개시된 광섬유의 경우 중국이 첨단제품으로는 처음 조사에 착수한 품목으로 중국수출 비중이 39%에 달한다. 업계는 카본블랙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휴대폰 수입을 현재의 2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중국 당국의 수입쿼터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휴대폰업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대부분의 국내업체들은 현지에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 방식 휴대폰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GSM 방식의 휴대폰은 완제품으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주문자상표부착(OEM)이나 주문자설계제조(ODM) 방식의 휴대폰 수출도 현지 당국의 통제 하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 자동차업계 중국 진출도 차질 중국 당국은 또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현지에서 조립ㆍ생산하는 녹다운(KD) 방식 자동차에 대한 세금인상안을 연내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KD 수출은 낮은 수입관세로 인해 가격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단종된 모델을 이전할 수 있어 전통적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분야였다. 하지만 KD 부품에 완성차와 동일한 수입관세가 적용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중국은 자동차 수입부품에 대해 평균 15%가량의 관세를 매기고 있으나 KD 생산을 위해 반입되는 트랜스미션 등의 대형부품은 사실상 완성차 수입으로 간주해 수입차와 동일한 관세(최저 34%∼최고 43%)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베이징자동차와 합작생산을 하고 있는 현대차나 둥펑차와 제휴를 맺고 있는 기아차는 종전보다 19∼28%포인트 인상된 고율의 관세를 물어야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월 중국 장링(江玲)자동차와 현지 합작공장을 설립해 하반기부터 무쏘 코란도 렉스턴 이스타나 등의 전 모델을 녹다운 방식으로 생산할 쌍용차 역시 마찬가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 예외 없는 덤핑 판정 일단 조사대상에 오르면 거의 예외 없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는다. 총 24건의 조사 품목중 덤핑 판정을 피해나간 것은 폴리스티렌과 라이신 등 단 2건에 불과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일 한국산 무수프탈산(PA)에 대해 최고 13%의 반덤핑 최종판정을 내렸다. 도료 폴리에스터수지 안료 등에 쓰이는 이 유기화학물의 중국 수출규모는 연간 3천만달러를 넘는다. 지난 8월엔 한국과 일본산 아트지가 반덤핑 예비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무림제지 신호제지 한솔제지 계성제지 등은 최저 4%에서 최고 51%의 관세를 추가로 물어야 중국에 수출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상무부는 또 한국산 페놀에 대해서도 7∼1백4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며 지난 6월엔 합성피혁의 기초소재인 톨루엔 디이소시아네이트(TDI)의 한국산 제품에 대해 최고 22%의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조일훈ㆍ김병일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