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면 개방에 대비하자 .. 安忠榮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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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각료회의는 두 가지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첫째,경제개방은 이제 지구촌 현상으로 우리 앞에 긴박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고,둘째는 후속 각료회의를 대비한 국내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13일 발표된 각료선언문 초안은 4개의 싱가포르 이슈 가운데서 무역 원활화와 정부조달 투명성 부문만 협상을 개시하고,투자와 경쟁부문은 농업과 비농산물의 시장 접근과 협상 세부원칙이 결정된 이후 협상을 개시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그러나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 연안 78개 국가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WTO 각료회의가 결렬된 상태에 있다.
이번 WTO 회의가 결렬된 또 하나의 배경에는 농업시장 개방 분야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농산물 수출국의 입장이 유럽연합(EU) 및 미국의 입장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칸쿤 DDA 농업협상에 제출됐던 각료회의 선언문 초안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일정 비율의 농산물을 제외하고 현행의 높은 관세율은 더욱 큰 폭으로 감축해 사실상 전 농산물의 관세율을 일정수준 이하로 감축하는 '스위스 방식'의 적용을 기조로 하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명실상부한 개방화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대외개방과 관련하여 우리가 풀어야 할 핵심적 과제는 농업개방과 관련된 문제이다.
내년도에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결과로 쌀 관세화 문제를 놓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
농업에 관한 한 UR 협상 때 우리 스스로 개도국이라고 천명하고 다자간 협상에서 그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번 칸쿤회의 선언문 초안에서는 선진국들은 UR 때와는 달리 개도국의 개념을 1인당 소득수준과 교역규모 등을 잣대로 정의하자고 주장해 농산물 수출 개도국들의 옹호를 받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앞으로 우리의 개도국 지위 유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칸쿤회의 전말을 보면서 우리는 한숨을 돌렸다는 자세를 취할 수가 없다.
내년 3월에 DDA 특별 각료회의가 개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개방에 대하여 더욱 공세적 입장으로 전환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키우고 협상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칸쿤에서의 DDA 협상 내용을 분석해 보면 우리의 농산물 시장은 시일의 유예는 있을지 모르나 조만간 전면적 개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모든 농산물의 관세율이 예외없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질 예정이다.
우리의 가장 관심 품목인 쌀 시장을 보호하려면 다른 농산물이 더욱 많이 개방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개방의 지구촌화가 선택이 아니라 필연으로 다가온다면 이제 우리 스스로 개방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
사실 한국은 그동안 열려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아시아의 최빈국 대열에서 세계 13위권의 선진 경제에 근접하는 발전을 이룩했다.
바깥 시장을 활용해야 하는 만큼 국내 시장을 열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시장 원리이다.
이제 개방에 대한 정면 돌파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정책 대응이 있어야 한다.
농업은 분명히 환경 보호와 식량 안보 등 비교역적이고 다기능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개방체제 아래에서 농업 전체를 지금까지처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시각을 바꿔 품목별로 퇴출과 성숙이 함께 일어나 시장 메커니즘 아래에서 이익을 내고 수지가 맞는 품목이 농업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이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으로부터,그리고 농업에도 토지를 포함한 요소 이동이 자유롭게 일어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야 한다.
생산,유통,농산품 브랜드에서 국내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소비자 기호를 활용하고,지역 발전과 함께 농외 소득 증대책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