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공동화 위험수위 넘었다] 반도체ㆍLCD도 보따리 싸기 시작

제조업 공동화가 첨단업종에까지 가속화되면서 국내 산업기반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이미 노동집약산업인 섬유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국내 신규투자는 올 스톱된 상황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선진국보다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이미 청년실업 등 사회적 문제로 여파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 첨단ㆍ기반산업도 해외이전 삼성전자는 올해 휴대폰의 생산비중을 10%에서 30%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중국에서만 연간 1천2백만대를 제조할 방침이다. 가전제품의 생산량은 해외비중이 61%로 국내보다 월등히 높다. PC 모니터 등 디지털미디어 제품의 해외생산비중도 3분의 2가 넘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만 중국 멕시코 슬로바키아 태국 등지에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노트북PC, 모니터, TV 공장을 신규 설립했다. LG전자도 중국 난징시에 내달중 PDP모듈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며 PDP라인의 신규설립을 위한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다. 첨단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의 해외이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전자제품용 특수페인트를 생산하는 에스에스씨피는 지난해부터 중국 상하이와 광둥성에 잇따라 공장을 세웠다. 동양엘리베이터와 쿠쿠전자가 중국에,크로바케미칼은 필리핀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기계 조선 등 수출기반산업의 해외의존도도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중국 창저우에 연산 굴삭기 7천5백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지난 2월 완공했으며 대우종합기계도 중국 옌타이에 5천만달러를 투자, 연산 1천대 규모의 공장기계 공장을 짓고 있다. 조선소도 중국생산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중국 닝보조선소에서 연간 5만t의 선박용 블록 을 공급받고 있다. ◆ 사양산업, 국내투자 올스톱 SKC는 10년 전부터 비디오테이프 공장을 중국에 건설한 뒤 조립설비는 대부분 중국으로 이전했다. 인건비 수준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SKC는 또 2차전지인 리튬폴리머 생산공장을 오는 25일 준공하는데 이어 10월에는 TFT-LCD용 광학필름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SKC 관계자는 "사양산업뿐 아니라 IT등 첨단제품들도 큰시장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동집약산업인 섬유분야는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국내신규 투자는 거의 올스톱된 상황이다. 직물업체 삼아는 지난해 말 구미공장을 매각하고 대구의 직물생산 공장 두 곳 가운데 한 곳의 문을 닫았다. 대신 지난 96년 중국 칭다오에 설립한 직물공장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워크아웃중인 동국무역은 아예 중국 사업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목표에 따라 올해부터 2006년까지 총 1억2천만달러를 투입, 연산 1만8천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공장을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에 건립키로 했다. 효성도 정보통신 분야 등 고부가가치 사업군을 제외하고 섬유부분은 중국 쪽으로 점차 생산거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효성은 올해 총 3억3천만달러를 투입, 저장성 자싱시에 있는 스판덱스 공장을 증설하고 광둥성에 연산 8천t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을 신설한다. ◆ 중소기업 '탈(脫)코리아' 가속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경쟁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의 해외이전이 주를 이뤘으나 이젠 기술력 있는 기업들마저 줄줄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중국의 칭다오 다롄 톈진 등에는 서울 남동공단이나 반월공단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가구업체인 까사미아는 상하이 인근 3천5백평의 부지에 1백50만달러를 투자, 올 4월부터 중국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에이스침대는 지난 95년 일찌감치 중국에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한샘은 베이징 통주개발공업지구에 부지 7천8백평을 확보하고 올연말 가동목표로 공장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에넥스도 중국진출을 위해 최근 베이징 인근 랑팡경제기술개발지구에 1만2천평의 부지를 확보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에 1호 입주기업이던 써니전자도 중국으로 생산라인을 옮기고 있다. 이계주ㆍ이심기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