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라크 파병해야하는 이유..金慶敏 <한양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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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대한 추가 파병문제가 핫 이슈로 등장했다.
지난번 파병 때에도 국론이 분열되는 열띤 공방 끝에 파병이 결정되었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을 명분 없는 전장에 내몰게 되는 것은 아닐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결정할 일이다.
한·미 동맹관계를 생각한다면 미국에 협력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라크 전쟁에 대한 도덕성을 묻는다면 아무리 동맹국가라도 협력하기 어려운 형편이 아닌가 한다.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은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이라는 구실을 내세웠지만 아직도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쟁을 치른 미국에 협력해야 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 한국의 입장이기도 하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이란과 북한 등의 국가들을 '악의 축'이라 규정하며 대화로 안될 때는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그 뿌리를 뽑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미국의 안보전략을 지지해 주길 동맹국들에 희망하고 있으며 그에 걸맞은 안보부담도 짊어져 주길 요구하고 있다.
동맹국이냐 아니냐의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세계의 안보질서를 재구축하는 과정에 있고 동맹국들까지도 미국의 안보전략에 동참하기를 요청한다.
그래서 미사일방어체제(MD)도 구입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미 페트리어트 미사일3의 한국배치를 끝내고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추가파병 요청에 대한 결론부터 말한다면 신중하게 검토해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자주국방이 아직은 요원한 한국으로서는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마당에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다른 나라들의 동향을 살펴보아가며 국내 여론도 수렴해서 미국을 도와 파병에 협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라크 전쟁의 도덕성 문제라든가 민족의 자존심도 힘의 정치라는 국제사회에서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것은 국제정치란 냉엄한 국익실현의 현실정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경제규모나 군사력 내용 면에서 훨씬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일본이 주일 미군을 내보내지 못하고 반세기를 살아오며 자주국방에의 기초를 닦고 있는 이유도 민족의 자존심이 약해서가 아니고 최대한의 국익을 실현하고자 매년 수십억달러의 주둔비용을 지불해가며 그러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자주국방의 능력이 구비되면 외교력과 함께 국제사회의 주요한 일원이 되어 우리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게 되겠지만 아직 우리는 시간을 벌어가며 국력을 신장시키고 독립적인 안보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두번째는 경제문제다.
1990년대 초 걸프전쟁이 발발했을 때 보다 적극적인 인적 공헌이 없었다는 이유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건설공사에 이렇다 할 배분을 얻지 못했으며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한국은 어차피 치러진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이 하루빨리 종식되도록 중동 안정에 기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종교분쟁으로 내전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이라크가 정치안정을 이루지 못하고 분열된다면 만성적인 안보불안 지역으로 남게 되어 미국의 안보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되고 동맹국들도 이를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으로 중동정세가 불안한 마당에 이라크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지 못하면 석유의 안정적 공급에 크나큰 불안요인으로 남게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충분한 치안유지가 확보되지 못해 이라크 내에서 미군의 희생이 더욱 늘어난다면 미국 국민의 여론이 나빠질 것이고 이는 미군의 해외주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 미군 재배치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북한핵문제 해결과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한·미 간의 긴밀한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가며 파병의 최종결정을 내릴 일이다.
kmkim5406@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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