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첨단업종에까지 번진 한국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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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업종에서도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곳이 늘고 있는 모양이다. 노동집약산업을 중심으로 한 1단계에 이어 2단계 제조업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 내부에서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조업 공동화가 빨라진다면 일자리와 소득의 감소 등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것은 너무도 뻔하다.
섬유 등 노동집약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상실,대거 중국 등으로 이전해 가면서 국내 신규투자가 거의 올스톱된 상황이란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철강 공작기계 건설중장비 등 주력산업은 물론이고 반도체 TFT-LCD PDP 등 IT분야에서도 핵심라인을 속속 해외로 옮기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소기협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중 38%가 이미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겼거나 계획하고 있고 4년내 해외로 나가겠다는 업체는 무려 90%에 달한다고 하니 중소기업의 한국 탈출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규제, 불안한 노사관계가 국내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공동화는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공동화의 충격을 우리 내부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0년 산업연관표를 보면 제조업 비중은 줄고 정보통신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은 높아지는 등 외형상 산업구조는 고도화됐지만 최종 수요의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낮아졌다.
제조업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급속히 공동화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기대를 걸고 있는 5∼10년 후 차세대 성장산업이라는 것도 아직은 말만 무성한 실정이다.
나가는 국내기업의 빈 공간을 외국인 투자가 채워주면 좋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 공동화는 그대로 실업과 투자부진을 결과할 것이고 성장잠재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문제의 심각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