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汚染 있는 곳에 稅金 있어야"..김홍균 <서강대교수·경제학>

금년 말로 폐지되는 교통세의 연장 여부 등을 놓고 최근 정부내 여러가지 입장이 표출되고 있다. 교통세의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목적세인 교통세의 폐지를 추진하다 건설교통부의 요구로 3년 연장하는 것으로 선회했고,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이번 기회에 교통세를 교통환경세로 세명(稅名)을 바꾸어 대기환경 개선 등 환경부문에 투자를 확대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내 논의와 관련하여 최근 북유럽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선진국의 세제개편 방향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들 나라들의 세제개혁 방향을 보면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내용은 다소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의 소득세 중심의 세제를 환경세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는 것이다. 세금의 개념이 종전까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논리에서 "오염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논리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세제를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이유는 효율성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기존의 누진세 중심의 소득세제는 고소득자들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키는 조세 왜곡을 발생시키는 반면 환경세 중심의 세제는 오염으로부터 발생하는 외부 비용을 가격에 내재화시켜 가격체계 왜곡을 바로잡아 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환경세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들은 환경세 도입과 동시에 조세 왜곡을 야기시키는 근로소득세나 법인세 등을 낮추는 환경친화적인 세제개혁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들 국가에서조차도 환경세 제도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모든 오염유발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화석연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들 제품에 대해서는 오염유발정도에 비례해서 차등적인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대기환경 수준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OECD국가들중 최하위라고 한다. 특히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은 WHO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권리가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2005년부터는 경유승용차 시판도 허용된다고 한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대기환경 수준이 더욱 더 악화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지난 10년간 휘발유 경유에 부과된 교통세의 86%인 50조원 이상이 도로건설 등 교통시설을 개선하는데 투자됐다. 연간 19조원에 달하는 교통혼잡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10년 전에 비해 교통혼잡 비용은 오히려 늘어났다. 도로건설 등 공급위주의 교통정책이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하고, 이는 또다시 혼잡을 유발시켰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자동차로 인한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언제까지 도로를 확대하는 공급정책만을 고집할 것인가? 교통혼잡 문제는 도로건설 등 교통시설 확대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통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가격정책 등을 통해 대중교통의 이용을 확대시키는 수요관리 정책이 병행될 때에만 가능하다. 매년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에 교통혼잡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버금가는 연간 13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대기환경 문제 역시 교통혼잡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며 따라서 시급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작년에 발표된 재경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세제에 환경세 기능을 강화시켜 나간다고 한다. 대기환경이 자꾸 악화돼가고 있는데 이를 구태여 장기적인 계획으로 미룰 필요가 있는가? 이번 기회에 교통혼잡 비용만을 반영하고 있는 현행 교통세에 환경세 기능을 강화시키자. 이것이 교통혼잡도 줄이고 대기환경도 개선시키는 유일한 윈윈(win-win)정책이다. hongkyun@ccs.sogang.ac.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