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일자) '의결권 승수' 운운할 일 아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제구실은 못하면서 기업 투자활동만 저해하고 있다는 서울대 기업경쟁력 연구센터의 연구결과는 이 제도를 제벌문제에 대한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왔던 공정위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출자총액규제의 정책목표중 △핵심역량 강화 △가공자본 형성 방지 △계열사 동반 부실화 방지는 결합재무제표나 채무보증제한 등 다른 제도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지배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확장방지에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으나 투자를 가로막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의결권 수를 총수일가의 지분으로 나눈 '의결권 승수'가 낮은 경우 소유권과 의결권간 괴리가 적은 만큼 출자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이번에 제시된 의결권 승수가 현재의 획일적인 규제보다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얼마전 공정위가 들고 나왔던 '대리인 비용지표'와 이름만 달랐지 똑같은 내용이다. 출자총액규제에 이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인데다 정부가 그토록 장려해 왔던 소유분산 우량기업이 불리하도록 돼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공정위에서는 5대기업집단의 경우 52%가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며 출자규제가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는 억지에 불과하다.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삼성전자는 전자공장에 현대차는 자동차 공장에만 투자를 하고,모든 대기업은 IT나 BT에만 투자하라는 얘기인데 이것이 말이 되는 얘긴가. 특정분야에만 투자하라는 자체가 투자를 제한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중복과잉 투자 등 경제에 엄청난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공정위는 출자총액 규제가 투자부진과 일자리 부족을 초래해 공장도 사람도 한국을 떠나게 만드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는 대승적인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