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블랙먼데이'] 원高쇼크 파장..수출로 버틴 경제에 '치명타'

원화(貨)환율의 급락은 달러화에 연계(페그)해 환율을 고정시킨 중국의 위안화에 비해 통화가치가 절상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충격이 특히 심각하다.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주종 수출품목을 놓고 중국 기업들과 해외시장에서 경쟁해 온 국내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어서다. ◆심각한 절상 효과 지금까지는 원화 가치가 일본 엔화와 동반해 움직일 경우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떠오르면서 주요 해외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경합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화 가치에 고정돼 있어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고스란히 한국 상품의 대(對)중국산 가격경쟁력 약화로 연결되는 구조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제품 가격이 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은 올 들어 8월20일까지 중국에 1백97억달러어치를 수출,전년대비 48.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중 한국기업들의 대미(對美)수출증가율은 1.2%에 불과했다. 중국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제품이 밀릴 경우 수출은 한자릿수 증가로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기침체 가속화 '비상' 수출은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내수소비와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가운데서도 국내 경제가 지난 상반기중 2%대 성장을 유지한 것은 그나마 수출이 버텨주었기 때문이다. 환율 급락에 따른 수출 둔화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원화절상과 기업수익성'보고서에서 "원화가치가 10% 상승하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상이익률은 평균 3%포인트 하락한다"고 밝혔다. 수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타운송장비는 5.8%포인트,전자는 4.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 미만으로 추락할 경우 지난 64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 경제성장률이 뒤지는 '이변'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일본 경제는 지난 2분기중 예상외로 큰 폭의 회복세로 돌아선 데 힘입어 올해 최소 2.5%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유입됐던 외국자본들이 환율 급락에 따른 환(換)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 주식들을 대거 처분하기 시작한 것도 악재로 꼽힌다. 이로 인한 주가하락이 심화될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게 뻔한 상황이다. ◆환율 하락 속도가 문제 국내외 상황으로 인해 원화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불가피하더라도,'속도'의 완급 조절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환율 하락이 예고돼 오긴 했지만 최근 하락폭이 너무 가파르다"며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환율 급락의 구체적인 효과는 좀더 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된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