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경기 살릴 의지 결여된 예산안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금년 2차 추경예산까지 감안할 경우 감액 편성한 것은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세수증가가 7%에 불과할 전망인데다 세외수입 격감으로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재정지출을 늘릴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균형재정 달성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불황기 예산으로서는 재정규모면에서나 지출구조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물론 미래의 재정위험에 대비하고 국가신인도 측면에서도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경기상황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단기적인 균형재정에만 매달리기에는 우리 경제사정이 너무나 좋지 않다는데 있다. 계속되는 투자부진으로 성장잠재력이 날로 위축되고 있고,태풍에 따른 피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내년도 경기회복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규모를 감액편성하는 것은 재정이 경기회복을 지원하기는 커녕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선진국 같으면 당연히 적자재정을 들고 나올 상황인데도 정부가 단기적인 균형재정 달성에 매달리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적인 재정운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세출구조면에서 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과 경기회복을 지원할 사회간접자본 투자나 중소기업 지원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내년도 예산증액분 2조4천억원의 절반이 넘는 1조4천억원을 방위비 증액에, 나머지 1조원을 복지비 증액에 쓰다 보니 생긴 결과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경기회복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런 예산을 줄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국회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재정이 경기회복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1차적으로는 불요불급한 소비성 지출을 줄여 경기회복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돌려 쓸 필요가 있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감세와 세출확대를 통한 과감한 경기부양형 적자재정을 편성하는 문제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아무리 재정여건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출산장려,청년실업 해소 등 우리 경제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지원에 인색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고는 궁극적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