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미달땐 상장폐지 규정 '논란' .. 상장사-증권거래소 첨예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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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이 일정 수준에 미달될 경우 상장폐지하거나 관리종목에 편입하는 현행 증권 관련 규정을 놓고 상장사와 증권거래소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들은 현실성이 없을 뿐 아니라 불공정거래를 조장,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증권거래소 등 관련 기관들은 환금성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도 거래량 관리는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현행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따르면 △자본금 1백억원 이상 종목은 거래량이 상장주식 수의 1% △1백억원 미만 종목은 2%에 미달할 경우 관리종목에 편입되며 2분기 이상 지속되면 상장폐지된다.
증권거래소는 올 1월부터 규정을 강화해 분기별로 시행하고 있다.
◆현실성 결여,개정 필요
기업들은 무엇보다 주식의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정부 정책과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3분기 거래량 미달로 관리종목 지정예고를 받은 D사 관계자는 "몇몇 우량기업의 경우 장기보유 성향의 투자자가 많아 거래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거래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한 쪽에선 장기 보유주식에 대한 배당소득세 비과세 등 우대혜택을 주면서 다른 한 쪽에선 장기투자 환경을 저해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S사 관계자는 "자본금 1백억원 기준으로 거래량을 정한 것도 형평에 어긋난다"며 "규정에 따르면 액면가 5천원 기준으로 자본금 80억원인 회사의 거래량 요건이 3만2천주로 1백억원인 회사의 2만주보다 많아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을 앞둔 업체들은 대주주간 자전거래 등을 통해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늘려 이를 모면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됐다.
D사 관계자는 "상장사로선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 아니라 불공정거래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에 맞게 규정을 개정하든지,아니면 장기투자 성격의 외국인 지분과 자사주,우리사주 등은 예외로 인정하는 조항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금성 보장을 위해 불가피
증권거래소와 관련 기관은 투자자의 환금성 보장을 위해 규정 개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자에게 매매를 통한 환금 기회를 보장해야 될 의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리종목 지정이 예고된 상당수 업체들의 경우 지분을 과다하게 보유한 대주주 위주의 경영으로 일반 주주의 투자를 경시하는 측면이 있다"며 "주주중시경영을 위해서라도 이같은 규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일부 장기투자자 위주의 우량기업의 경우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만큼 관련 규정 보완은 자체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