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요즘…] 민주당 파견 정부인사들 "우린 어떻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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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준비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경제 부처들이 요즘 민주당 분당(分黨)으로 인해 또 다른 속앓이에 빠졌다.
규정상으로는 잔류 민주당이 엄연한 여당이지만,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국민참여 통합신당(가칭)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 메시지를 등에 업고 '정치적 여당'을 자임하면서 어느 당과 호흡을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뚜렷한 여당의 부재(不在)는 각 부처에 '믿고 기댈' 정당이 사라졌다는 점 외에도 당장 현실적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
여당과의 원활한 정책 협의를 위해 민주당에 파견한 1급 상당 공무원(수석전문위원)들의 거취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본부 보직을 받지 못한 채 외부를 맴돌고 있는 국장급 이상 '인공위성'들이 수두룩한 마당에 이들을 복귀시키기가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정치적 야당'을 선언한 민주당에 잔류시키는 것도 모양새가 나빠진 상황이다.
현재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나가있는 각 부처의 고위 공무원은 모두 8명.
형식적으로는 모두 사표를 내고 민주당에 갔지만 관례적으로 정부 파견 공무원 성격이 짙다.
경제 부처들은 과거에도 보직순환 및 승진 인사 차원에서 국장급 공무원을 1급으로 승진시킨 뒤 1∼2년 여당에 근무토록 한 뒤 친정 부서로 복귀시켰다.
한 경제부처 고위 간부는 "앞으로 대통령이 민주당 당적을 이탈하고 신당에 참여하지 않으면 여당이 없어지는데 이 경우 이들을 본부에 복귀시켜야 하는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각 부처 모두 인사적체가 심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난감해 했다.
일례로 금융감독위원회의 경우 문재우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외에 보직을 받지 못한 1급 상당 공무원이 두 명 더 있다.
남상덕 전 청와대 비서관이 금융연구원에 대기 중이고 진동수 전 금감위 상임위원은 세계은행(IBRD)에 파견돼 있지만 본부 복귀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반면 모 부처 출신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창당작업에 들어간 신당이 실질적인 여당으로 인식되면서 민주당에서도 눈칫밥을 먹고 있는 신세"라며 "이런저런 걱정이 많지만 전문위원들끼리 얘기해봐야 해답을 찾을 수 없어 정부 대책만을 바라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