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동대문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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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기ㆍ황금사자기ㆍ봉황기 고교 야구대회에 열광하던 곳.조명탑 불빛 아래 치러질 야간 결승전 표를 사놓고 기다리는 동안 건너편 계림극장에서 이소룡의 무술 영화를 보던 곳.육상경기장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참가팀을 응원하러 단체로 몰려가던 곳.
'동대문운동장'은 중장년층들에게 추억의 장소다.
1926년 경성운동장으로 개장된 뒤 오랫동안 서울운동장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스포츠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이곳이 빛을 잃은 것은 84년 잠실경기장이 생기면서부터.아마추어운동장으로 명맥을 유지해오던 이곳이 서울시가 적자 운영과 운동장 기능 퇴색을 이유로 새로운 활용방법을 모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현재 대두된 방안은 공원화,지상은 공원 지하는 공항터미널과 코엑스몰같은 복합상가,공원과 문화예술공간,돔 구장,생활체육시설로의 리모델링 등.돔 구장안은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내놓은 것으로 돔 구장에 호텔 패션센터 등을 곁들이고 구장 자체를 관광상품화해 스포츠 비즈니스 등을 벌인다는 요지다.
공원화는 동대문포럼(운영위원장 유상오)을 비롯한 시민단체의 방안으로 운동장 일대를 공원화할 경우 동대문시장의 장소마케팅적 효과를 높이고 청계천 복원과 연계해 생태도시 서울의 비전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동대문구장의 처리가 주목을 끄는 건 이 일이 향후 도심 부적격시설 개발의 시작인데다 운동장의 위치가 28개 상가 3만여 점포가 밀집된 동대문 상권의 중심에 있어서다.
문제가 간단하지 않은 것도 시민은 녹지공간,상인들은 청계천 복원과 극심한 불경기 타개 방안,땅 임자들은 재개발 이득을 기대하는 등 이해관계가 다른 까닭이다.
청계천 복원과 동대문운동장 활용은 강북 개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장 일대는 만성 혼잡지역이다. 건너편엔 짓다 만 굿모닝시티가 흉한 모습으로 서 있다.
동대문 상권이 관광과 쇼핑의 복합명소가 되려면 무엇보다 깨끗하고 아름답고 편리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돼야 한다.
운동장 대체안도 그같은 대전제 아래 마련되는 게 마땅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