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21세기 '商道정신'

중국에서 최인호 소설 '상도(商道)'가 인기다. 번역본이 불티나게 팔리고,'상도가 중국에 의미하는 것'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기도 한다. 중국 비즈니스 성공으로 거부의 길을 걷게 된 주인공 임상옥이 중국에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임상옥 중국 사업의 하이라이트는 인삼교역이었다. 그는 중국 내 인삼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모든 자금을 끌어 모아 인삼에 투자했다. 조공단과 함께 베이징을 찾은 그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인삼을 헐값에 사기로 담합한 중국 상인들은 귀국 날짜를 맞춰야 하는 임상옥을 압박했다. 그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했고, 임상옥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귀국 전날 임상옥은 인삼을 태운다. '조선의 혼이 담긴 인삼을 헐값에 파느니 차라리 모두 태우고 가겠다'는 배짱이었다. 중국 상인들의 담합은 깨지고 말았다. 그들은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재발 태우지 말라고 애원했다. 임상옥의 성공 원인은 독특한 인삼 효능과 정보력이다. 그는 치밀한 정보수집으로 중국 상인들이 인삼 구입자금을 미리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인삼을 태우는 배짱을 부릴 수 있었다. 수 백년이 지난 지금 한·중 비즈니스 패러다임은 변하지 않았다. 어정쩡한 기술로는 중국 상인들에게 이용만 당한다. 정보의 중요성은 임상옥 시대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중국으로 오는 업체중 상당수는 '도피성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피해 서둘러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경우다. 그러나 노무관계 판매망 수출여건 등에 대한 치밀한 사전 정보 없는 중국 진출은 대부분 실패를 잉태할 뿐이다. 지금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상도에서 시간을 초월하는 한·중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읽게 된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