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청년실업의 해법은 교육개혁..尹桂燮 <서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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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나도록 논공행상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정권 출범의 일등 공신인 청년층에 대한 배려는 찾기 어렵다. 지난해 겨울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그들은 오늘날 엄청난 실업의 무게 앞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이제까지 청년실업의 주원인으로 지목돼온 것은 경제구조적 변화들로서 청년실업을 양산한 취업 환경이 단기적으로 개선될 것 같지 않다.
기술혁신에 기반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은 신규 채용을 억제할 것이고 높은 비용구조 때문에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해외탈출 역시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다.
강성 노동운동이 건재하는 한 노동시장이 획기적으로 유연화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조세감면 규제완화가 진행돼도 투자환경이 중국보다 월등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 경제구조 고도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육의 질적 개선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제까지 교육구조는 급변하는 노동력 수요구조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 왔다.
첫째,실업계 고등학교들이 침체하고 있다.한때 산업현장에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해왔던 공업·상업고등학교는 우수 학생들을 인문계 고등학교에 빼앗기고 있고,학생들에게는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대학교육의 질적 정체 역시 대졸 실업자들을 양산하는 데 일조했다.
대학들은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하고 있는 산업구조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해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재교육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셋째,교육기관과 산업체 간의 피드백 구조의 미비 또한 학생들의 구직난을 부채질했다.
고등학교와 대학의 정원과 학과과정,그리고 교원충원 체계가 산업별·직종별 인력수요 전망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다.기업이 정원과 교육과정을 주관하는 교육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돼왔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의 교육구조에서는 교육의 질을 높일수 있는 원동력인 교육기관 사이의 경쟁이 부재했다.자퇴생이 급증하고 대안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와중에서도 교육부는 하향평준화에 급급했다. 대학 재정확보책의 다양화,대학별 학과별 경쟁적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전환은 더디기만 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학입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실험성 짙은 교과과정 개편을 단행한 결과,학생과 학부모가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신뢰하는 학교붕괴 현상이 발생했다.
학벌주의의 등장 배경을 무시한 학벌철폐 정책과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미명하에 학부제 도입에 몰두하는 사이 대학교육은 정체와 혼란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교육정책은 정부 정책들 중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새 정부 들어서도 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은 찾기 어렵다.
노 대통령의 집권 이후 과거정부의 정책을 계승해 교육현장에 인위적 평등주의의 실현에 보다 더 관심을 두어왔다.교원이 생존권 확보를 외치고 교육행정정보를 토의하는 사이에 교육부는 학원이 교원과 학부모의 대결장으로 전락하는 걸 방관해왔다.학내에서 선명성 경쟁과 조직의 결속력을 유지하기 위한 충돌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질 높은 교육은 고사하고 학습권을 박탈당했다.
정책의 방향감각 상실이 더 이상 계속돼선 곤란하다.
다행스럽게 참여정부는 교육개혁의 호기를 맞고있다.교육의 대외개방과 출생률 감소,그리고 해외 조기유학 풍조는 교육에도 철저한 경쟁 원칙을 도입,교육서비스의 질을 개선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청년실업의 주된 원인이 교육에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정부와 교육계가 인식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정치일정이 빡빡하고,신규정책 도입의 적기라는 취임 첫 해가 저물고 있지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청년들의 얼굴에 웃음을 되찾아주는 일에 나서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고령사회화하고 있는 미래를 짊어질 청년 세대들은 절망과 고뇌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이고,배신감과 상실감에 사로잡힌 채 현 집권 세력에 가장 큰 적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kesop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