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이렇게 뚫었다] (6) '외국어를 무기로'

홍기흥씨(28)는 코오롱 인터내셔널에 입사한지 이제 10개월밖에 안된 사회 초년병이다. 올초 입사한 홍씨는 3개월 동안의 신입사원 교육을 거쳐 지난 4월 산업자재사업부 IND팀에 발령받았다. 그가 맡은 일은 외국 바이어를 만나 섬유 등 산업용 자재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 저마다 한두가지 외국어는 유창하게 구사할줄 아는 팀원들조차도 홍씨의 실력을 부러워할 정도다. 홍씨는 영어와 독일어는 물론 히브리어와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아랍어 등에도 수준급이다. "외국어를 원래 잘했냐구요? 남들처럼 외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왔거나 해외서 자란 경험은 없습니다. 제가 목표로 정한 종합상사에 취업하기 위해선 외국어는 필수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공부한 덕분이라고 할까요." 홍씨는 대학에서 섬유공학(성균관대 95학번)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대학 초년시절 홍씨는 취업 부담없이 대학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1998년 군에서 제대한 그에게 더이상 취업은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외환위기의 거센 바람속에 종합상사 쪽으로 마음을 정한 그는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무역학과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곳도 알아봤다. 그는 코오롱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3∼4개 기업을 목표로 정했다. "갈 곳을 정하고 나니 무엇보다 외국어 실력이 필수겠더라구요. 그런데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어학연수는 가기 싫었죠.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기회를 찾다가 이스라엘의 키부츠(협동농장)를 고르게 됐습니다."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비용으로 키부츠에 도착한 것은 1999년 4월. 말 한마디 통하지 않을 것 같던 그곳에서 그는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각국의 언어를 익혔다. 히브리어와 함께 독일어 및 스페인어, 덴마크어 등을 조금씩 배워나갔다. 키부츠 생활이 끝난 뒤 그곳에서 사귄 영국과 독일 친구들의 집에 초대받아 6개월동안 머물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키부츠 및 외국친구들과 2년여동안의 생활은 그에게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외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홍씨는 대학에 복학한 뒤에도 외국어 실력쌓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0년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외국인과 함께하는 통역교실'에서 통역일을 맡았으며 2001년에는 '세계 입양인연대'(GOAL)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2002년 7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10여곳에 입사원서를 낸 홍씨는 코오롱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3∼4군데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행복한 고민끝에 그는 자신의 전공도 살리면서 '상사맨'으로 일할 수 있는 코오롱 인터내셔널을 선택했다. "미리 목표를 정해 놓고 부족한 분야에 집중했던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토익이나 토플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외국어를 공부했던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홍씨는 현재 베트남쪽 수출업무를 맡고 있다. 베트남어는 아직 인사말 정도밖에 모른다는 그는 매일 사전을 뒤져가며 베트남어 공부에 열중이다. "앞으로 2∼3년후에는 회사내 베트남 최고 전문가가 돼 있을 것"이라는 그는 "자신만의 무기를 지니는 것이 취업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