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들의 '부동산이야기'] 함부로 사고 파는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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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팔아야 할 시점 아닌가요.정부에서 저렇게 세게 나오는데…."
요즘 인터넷에 개설된 재테크 사이트를 둘러보면 이 같은 '우려 섞인'질문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온다.
또 예외없이 수많은 '리플'(댓글)이 달려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다.
"내년이면 집값 반토막 납니다.빨리 파세요"라는 매도 의견과 "부동산 가격이 향후 수년간은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매수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오륙도'와 '사오정'의 시대에 믿을 것이라고는 달랑 집 한 채밖에 없는 우리네 서민들의 서글픈 현실인 셈이다.
'집을 사느냐,파느냐'의 판단은 결국 전적으로 투자자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부동산을 통해 부자가 된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의 매매패턴을 살펴보면 요즘 같은 혼란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이 될 듯 싶다.
지난 6일 30대 딸과 함께 시중은행의 PB센터를 찾은 고객 A씨.
이미 2백억원 정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A씨는 약 10억원의 여유자금을 땅에다 묻어 두기 위해 상담 중이었다.
정부 규제가 연일 터져 나오는 요즘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한다니 그 이유가 궁금해 "지금은 부동산을 팔 때가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신규 투자여부는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갖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 대부분 토지와 상가 같은 몸집이 큰 상품이었기 때문에 "아파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주식은 안해 봐서 잘 모르겠지만 부동산은 함부로 사고파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자기한테 딱 맞는 집,'아,여기라면 살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집을 사서 10년이고 20년이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집값이 오르게 돼 있죠."
물론 A씨의 '충고'는 정치 경제 등을 고려한 정확한 분석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PB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상당수가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지난 수십년간 부동산시장의 부침(浮沈)을 모두 지켜봐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믿음이 매우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