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계적 물류회사를 키우자 .. 朱尤進 <서울대교수·경영학>

참여정부는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이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실현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중심 국가에 대한 회의론이 최근 자주 제기되고 있고,이를 불식시킬 만한 정부의 과감한 계획과 행동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 중심국가의 핵심 산업은 물류다. 문제는 물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국가 물류비는 GDP의 12.4%로 일본의 9.6%,미국의 9.5%에 비해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부담하는 물류 코스트는 높은 반면 실제 물류 종사자들의 처우는 보잘것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한국의 물류 인프라는 인천공항 부산항 광양항 고속철 고속도로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세계 수준을 치닫고 있지만 이러한 첨단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필요한 IT 기반을 개발할 경영주체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낙후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크다고 하는 물류 전문 회사들도 대형 외국 회사들에 비하면 3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영세한 규모다. 미국의 FEDEX와 UPS는 연 매출이 각각 2백억달러가 넘고 물류망의 효율적인 운영 및 고객만족 경영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독일의 DHL 역시 독일 정부에서 1백% 투자한 유럽 최대의 물류 기업으로 국제 항공물류에 상당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이웃 일본과 중국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물류 기술 및 경영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도 독일처럼 우정공사를 물류 전문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총재 및 부총재를 민간 기업에서 영입하는 한편 모바일 기술을 접목한 유비쿼터스 로지스틱스(Ubiquitous Logistics)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우정국은 물류 공사를 설립하여 상해를 물류 허브로 개발하는 한편 국제 항공물류의 리더가 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정부의 물류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물류코스트 절감 차원을 넘어 향후 엄청난 산업으로 성장할 동북아 물류 산업에 대한 패권 다툼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물류산업은 여러 측면에서 한국에 이롭다. 미래지향적 산업으로 미국 독일 네덜란드와 같은 선진국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이 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산업 중의 하나다. 한국은 비행기로 3시간 반경 안에 무려 7억 인구가 사는 동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지정학적 조건이 좋다. 네덜란드가 독일 경제의 관문이 되었듯이 한국이 중국경제의 관문이 될 수 있다면 이로 인한 경제적 기여도는 매우 클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류 산업의 성패는 IT기술력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데 한국의 선진 IT 역량을 물류 산업에 접목시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물류 산업의 발전은 첨단 대형 시설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IT 및 경영 기술이 접목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도 UPS,FEDEX,DHL과 같은 초대형 물류회사가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고 본다. 한국이 물류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업이라는 조직을 중심으로 물류 노하우를 쌓아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지금까지 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학의 모든 노력은 결국 기업에서 결실을 맺어 왔다. 자동차 반도체 이동통신 철강산업에 걸쳐 국제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들 산업이 발달했던 것처럼 물류 분야에도 이러한 경쟁력 있는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한 투자 위험을 민간에서 감당하기가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 물류 산업은 한국 경제의 마지막 미개척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동안 민간 기업의 노력으로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세계 수준에서 보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이제 국민 경제의 차원에서 물류 경영의 선진화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각별한 노력과 관심이 경주돼야 한다. wchu@car123.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