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폐간된 '재경부 브리핑'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16일 '제15호 재경부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자체 인터넷 신문의 발간을 중단했다. 노무현 정부가 국민들에게 정부 시책을 직접 홍보하겠다고 나선 지 딱 3개월만이다. '브리핑' 발간이 중단된 뒤 재경부 내부에선 '아쉽다'는 얘기보단 "부담스런 일 하나를 덜었다. 후련하다"는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재경부가 지난 6월10월 인터넷 신문 첫 호를 발간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이와 정반대였다. 당시엔 청와대의 독려 속에 공무원들도 자신이 입안한 정책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한다는 점에서 '할 만한 일'이라며 의욕을 보였었다. 재경부는 신문 제작을 맡을 직원도 채용하고 첫 호를 냈을 때는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문제는 발간 후의 효과와 부작용이었다. 인터넷 신문의 조회건수는 하루 평균 2백건을 넘지 못했다. 재경부 홈페이지 접속건수가 하루 8천건을 넘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네티즌이 '브리핑'을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것이다. 자신이 쓴 기사를 확인하려고 접속하는 공무원이나 다른 부처에서 업무차 접속한 건수를 빼면 외부 조회자는 하루 1백명 정도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브리핑'을 제작하면서 내부적으로 불만도 생기기 시작했다. 재경부의 한 관료는 "정책 하나를 입안하고 나면 보도자료도 쓰고 각 부처의 문의 전화에도 응대해야 하는데 저녁엔 과외로 기자들을 흉내내 기사까지 써야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여기에다 지난달 '국정브리핑'이 생긴 이후로는 국정홍보처에서도 기사를 써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재경부 브리핑의 폐간은 '이상(理想)과 현실' 간의 차이를 여과 없이 보여준 전형적 사례다. '이상'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그것을 여과 없이 현실에 적용하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이상'은 무엇이고 '현실'은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헝클어진 정국의 난맥상을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