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돈 버는 법] 박천희 <원할머니보쌈 사장>

'원할머니보쌈' 브랜드를 운영하는 원앤원(주)은 말 그대로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1984년 청계천8가에서 문을 연 '할머니보쌈집'이 이 회사의 모태다. 당시 솜씨 좋은 할머니의 손맛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곤 했다. 양철판 원탁과 낡은 주방은 3백24석 고급 탁자와 첨단 위생설비로 바뀌었다. 2002년에는 서울 성수동에 본사 건물과 공장을 준공,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같은 혁신을 주도했던 박천희 사장(46). 박 사장은 단순한 보쌈 음식점에 불과했던 '할머니보쌈집'을 국내 정상의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키워냈다. 원할머니보쌈은 1991년 자본금 1억원의 '원유통'이 설립되면서 급속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원유통은 1998년 원앤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 목표는 2백64억원.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가맹점 1백55곳에 공급하는 돼지고기와 김치, 식자재 판매로 1백8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본점과 광명시 철산동의 직영점 매출 목표는 각각 60억원과 24억원. 결코 대기업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박 사장이 10년간 땀을 쏟으며 일군 성수동의 족발ㆍ김치공장, 기술연구소 등은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들의 필수 견학코스가 됐다. 박 사장은 가맹점과 브랜드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정평이 났다. "가맹점 수가 작년이나 올해나 1백50여개로 비슷합니다. 낡고 취약한 점포는 없애거나 업그레이드 하는 구조조정이 진행중이죠. 전체 숫자는 적지만 저희 가맹점들은 하나같이 하루 매출 70만원선을 유지하는 경쟁력 있는 점포들입니다." 박 사장의 얘기다. 수도권 지역에 더 이상 원할머니보쌈이 들어갈 만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 늘리면 상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충청권과 영ㆍ호남권으로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굴과 양념이 많이 들어가는 보쌈용 김치 신선도 유지를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왔다. "무작정 점포만 늘리려고 생각했다면 영ㆍ호남에도 벌써 내려갔겠죠. 보쌈용 김치 속은 조금만 시일이 지체해도 맛이 변합니다. 그래서 맛 보존기술을 개발하느라고 그동안 시간이 흘렀던 거지요." 직영점도 늘릴 계획이다. 신규 투자 등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최근 광명시 철산동에 '원할머니보쌈 명가(名家)'란 이름의 업그레이드 점포를 선보인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명가는 10억원 이상의 창업비용이 들어 사업가형 창업에 적합하다. 생계유지형인 일반 가맹점과는 창업비용(2억∼3억원)에서도 차이가 난다. 3백평이 넘는 서울 청계8가의 본점은 올 봄 하루 3천만원 어치를 팔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불황중에도 하루 1천8백만원 정도는 거뜬히 올리고 있다. 박 사장은 "가맹점 경영자나 사원 교육·훈련에 특히 힘을 쏟는다"며 "예산이 많이 들지만 프랜차이즈의 기본이 교육이기 때문에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간 2회의 합동 워크숍은 업계에서 찾기 힘든 사례에 속한다. 사원 대상 교육투자비도 총 매출액의 3%를 웃돈다. 별도의 교육담당 부서를 두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이달만 해도 5명이 일본 연수를 떠난다. 프랜차이즈 본질에 충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원앤원이 강해진 비결이다. 이런 이유로 박 사장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히딩크'로 불리곤 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