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국제투자은행의 구애

'IB'로 불리는 투자은행 (Investment Bank)은 월가를 주무르는 장본인들이다. 그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리처드 그라소 전 회장에게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 것도 이들이었다. 요즘 IB들이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들에게 관대해졌다. 자기 회사의 간판 스타들과 한국 특파원들의 간담회를 수시로 주선하고 있다. 지난주엔 JP모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립스키가 특파원과 간담회를 자청,미국 경제동향을 상세히 설명했다. 곧이어 모건스탠리가 나섰다. 모건스탠리는 국제투자은행 담당 총괄인 테리 메기드를 내세웠다. 공짜 점심까지 줬다. 모건 스탠리는 석달전쯤 경제비관론의 대표 주자격인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에게 한국특파원들을 만나도록 했다. 개별적으로는 인터뷰 요청도 잘 들어주지 않는 그들이다. 그들이 한국 특파원들과, 그것도 단체로 만나겠다고 제의한 것은 적잖은 변화다. 지난주 증권거래소 주최로 열린 한국 기업 설명회를 지원키 위해 뉴욕에 들른 조윤제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JP모건으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저녁 리셉션 자리에 JP모건의 빌 해리슨 회장이 직접 참석, 조 보좌관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을 환영해줬다. 무엇이 그런 변화를 가져왔을까. 돈을 좇는 IB들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답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정부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민영화가 앞으로 줄을 잇게 된다. 모두 IB들의 손을 거쳐야 되는 일이다. 채권발행을 돕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자본투자를 중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비즈니스 기회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IB들의 입에서 나오는 한국은 칭찬 일색이다. "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성장 전망이 밝다." "북한 핵문제 자체는 한국에 대한 외국인투자의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달라진 대우, 우호적인 평가. 기분은 우쭐해졌지만 IB들이 한국의 국제 비즈니스를 좌우하는 현실이 그렇게 흔쾌하지만은 않았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