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당혹스런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노무현 대통령이 최도술 전 청와대 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의혹 등과 관련, 재신임을 묻겠다고 폭탄 선언을 한 것은 대단히 당혹스럽다. 이 시점에서 과연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가 필요한지도 불분명하지만 이 문제가 정쟁과 국정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 같아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국민들의 불신이 축적되면서 국정을 이끌 밑천인 도덕적 신뢰에 적신호가 왔기 때문에 겸허히 심판을 받겠다"고 강조한 대통령의 발언은 어려운 정치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일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도덕적 기반없이 정치개혁을 이루기 힘들다는 판단은 백번 타당한 것이다. 하지만 오랜 측근이라 하더라도 일개 비서관의 비리 때문에, 그것도 아직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대통령 재신임까지 물어야 하는지 우선 의문이다. 전국민이 참여한 선거를 통해 뽑힌 대통령이 단 8개월만에 다시 신임을 묻는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재신임을 묻는다 하더라도 언제 어떤 형태로 물어야 할지도 불확실하다. 헌법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측근의 비리 문제를 포함시키기엔 무리가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은 공론에 부쳐 적절한 방법을 찾겠다고 밝히고 있고 야당은 "재신임을 묻겠다면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국민이 공감하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어쨌든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이상 이 문제는 회피하기 힘든 현안이 됐고 부작용도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대통령의 리더십약화에 따른 국정의 혼란이다. 자칫 나라 꼴이 사공없는 배 신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신임 실시 여부는 빠른 시일내에 매듭져야 한다. 또 그것이 불가피한 절차라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실시 시기는 가능한 빠를 수록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