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재신임 묻겠다"] '발언 나오기까지'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은 비서실의 측근 참모들 대부분이 사전에 전현 감을 잡지 못했다. 평소와 달리 기자회견장에 따라 나온 참모도 문희상 비서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정도. 이들 외에 정만호 의전비서관과 김세옥 경호실장, 윤태영 대변인만 배석했다. 노 대통령이 최 전 비서관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중을 밝힌 것은 9일 오후 8시40분. 발리의 아세안+3 회의에 참석하고 귀국,청와대 관저로 돌아온 직후였다. 수석ㆍ보좌관들이 모두 모인 귀국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최 전 비서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 지혜를 모아보자"고 운을 뗐다. 그러나 몇명의 참모들이 "내용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만류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속마음은 온통 최 전 비서관 문제로 가득찼지만 노 대통령은 10일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오전 일찍 고건 총리와 외교 국방 통일 장관, 청와대 관련 참모들과 이라크 문제를 협의하는 안보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바로 뒤 오전 10시쯤 정찬용 인사보좌관으로부터 전윤철 감사원장 내정자와 관련된 보고를 받고 결재도 했다. 이 보고 직후 노 대통령은 문희상 실장과 만나 "재신임 받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 바람에 춘추관 기자실에서도 10분전에야 기자회견이 있다고 통보됐다. 노 대통령은 "비서실이 책임질 문제"라는 문 실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기자실을 찾았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바가반디 몽골 대통령을 접견했고, 전주의 전국체전 개막행사 등 오후에만 4개의 공식행사를 진행했다. 오찬은 고건 총리, 문 실장, 유인태 정무, 문재인 민정수석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는 고 총리에게 "국정운영에 차질없도록 해달라"며 "사전에 (재신임 문제를) 설명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최 비서관 문제를 언제 '인지'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자회견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최 비서관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오래 생각해서 결심했다"고 밝혔으나, 좀더 일찍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말 최 비서관이 총선출마 청와대 6인방으로 함께 사직했을 때 이미 청와대 주변에서는 '자금 수수 의혹설'이 나왔다. 당시 일각에서는 "자금 수수 의혹과 그에 따른 검찰 내사설이 있어 최 비서관은 나간게 아니라, 청와대에서 내보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이같은 설(說)이 검찰수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시화되자 노 대통령은 건곤일척의 일대 승부수를 던지며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