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재신임 묻겠다"] '정책현안 어떻게 되나'

노무현 대통령은 앞으로 어떻게 정국을 끌고 갈 것인가. 다시 말해 국정 현안들은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인가. 대략 세갈래 정국 흐름을 예상할 수있다. 하나는 청와대가 총체적인 무력증에 빠지면서 정국이 표류할 가능성이다. 다음은 정면돌파형 정책선택이 있을 수 있고, 가능성이 낮지만 노무현 정권의 정책 노선이 보수화되면서 중도보수적인 국민층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선택을 잇달아 내놓을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단 내년 총선 전후를 재신임 시기로 잡고 있는 만큼 시간이 그렇게 촉박한 것은 아니다. ◆ 청와대 무력증 가능성 당분간 정국이 혼미속에서 표류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집권당이 없고 현안은 산적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국정 현안 어느 것도 결론을 도출할 수없는 '정치부재'의 상태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를 비롯해 한ㆍ칠레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문제, 위도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건립, 부동산 투기대책, 내년 예산안 등 산더미같은 현안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은 이미 재신임 시기를 둘러싼 논란으로 돌입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현안 해결에 나설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도술씨 등 청와대의 최측근들이 수사를 받는 상항에서 청와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대통령이 재신임을 발표한 직후 청와대 실무자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 허탈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국정은 최악의 공백상태를 겪을 수도 있다. ◆ '정면돌파' 선택할 수도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재신임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동맹군인 개혁 세력이 재결집하는 기회로 활용하려고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개혁 세력이 재집결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측의 정치자금 등에 대한 일대 역공세가 예상되고 정치권은 대립과 갈등 혼란에 빠지며 국정 역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 현안들은 심각한 갈등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이라크 추가파병은 안하는 것으로 결정나고 위도 원전폐기장 프로젝트는 취소하며 간첩혐의로 수사중인 송두율 교수는 '이해되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내용은 시나리오상 예상해 보는 차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돌아갈 경우 경제는 큰 혼란에 빠지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의 최악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 '보수층 껴안기' 전망도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의 승부수를 던진 이상 재신임을 얻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그동안 친노(親勞)정책으로 비난받았던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나 문화계 편중 인사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교체하며 경기를 회복시키는데 실패한 경제팀도 교체하는 등 사실상의 전면 개각도 나올 수 있다. 전문 행정 관료들을 전진배치하고 보수 혹은 중도적인 인사들에게 행정부를 위임하는 등의 타협적인 정국운영도 예상 가능하다. 만일 대통령이 보수층 껴안기로 나선다면 이라크 파병은 조기에 파병하는 방향으로 결정되고 송두율 교수는 법대로 처리되며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그동안 결정이 미뤄져왔던 사패산 터널 등은 원칙대로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경우라면 재신임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분야에서 만큼은 오히려 묵은 현안들이 해결되는 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재신임이라는 초법적 상황이 발생한 만큼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더라도 당분간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