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亞 공동화폐 도입 가능한가?

미국의 달러화 약세정책이 지역주의 움직임과 공동 화폐 도입 논의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미 지역주의는 유럽경제권과 미주경제권,아시아경제권간의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유럽과 미주경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의 공동체 논의는 달러화 약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주에 열렸던 '아세안+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1세기 세계경제는 3대 경제권간 협조와 갈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3대 경제권간에 협조가 강조될 때는 자유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성장국면에 놓이게 된다. 반면 3대 경제권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보호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는 침체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 질서는 이미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와 갈수록 중심통화로 부각되고 있는 유로화,현재 공동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인 아시아 단일통화간 3극(極) 통화체제가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지역에 있어서는 기존의 엔화,위안화보다는 새로운 단일통화를 도입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한국과 일본,중국이 중심이 돼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이 움직임에 있어서는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우리가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러 방안이 있으나 아시아 지역에 단일통화가 도입될 경우 유로화 경로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아시아 단일통화 도입 전 단계로 아시아통화제도(AMS)에 의해 각국간 통화가치를 일정 범위 내로 수렴시킨 뒤 아시아중앙은행(ACB)을 설립,경제여건이 비슷한 국가부터 단일통화를 우선적으로 도입·확대시키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국제통화 질서가 3극 통화체제가 도입될 경우 환율제도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아시아 단일통화간 환율 움직임에 상하 변동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테면 유럽경제권과 미주경제권간 경제여건을 감안해 '1유로=1달러'의 중심환율과 상하 10%의 변동폭이 설정될 경우 달러·유로환율은 0.9∼1.1달러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을 거쳐 3극 통화간의 가치가 일정 범위로 수렴될 경우 세계 단일통화 창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 달러화 약세는 세계경제 질서와 국제통화제도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당국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