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業 업그레이드] '섬마을 이야기' 중곡점 주경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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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
불황일수록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는 '비빌 언덕'을 마련하는 창업의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나 주변인들의 사업을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지 둘러보라는 얘기다.
언뜻 사양업종 같고 실패를 반복할 것 같더라도 성공의 가능성을 한번 더 확인해 보도록 하자.
물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리모델링하는게 바람직하다.
부모가 창업한 경우 가업(家業)을 업그레이드 한다고 보면 된다.
대단한 가업을 물려받지 않은 이상 업그레이드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버지의 가전유통사업을 온라인에서 번창시킨 신대현씨와 어머니가 창업한 음식점을 퓨전 주점으로 전환한 주경섭씨는 '가업 업그레이드'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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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용마사거리에서 퓨전주점 '섬마을 이야기' 중곡점을 운영하는 주경섭씨(21).
위기에 몰린 어머니 점포를 새로운 업종으로 탈바꿈시켜 본 궤도에 올려놓은 청년사장이다.
주씨가 사업에 몸을 던진건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그는 대학생활에 적응이 잘 안돼 1학년때(2001년) 휴학을 하게 됐다.
"대학 졸업장만 믿고 있을 순 없더라구요. 뭔가 내가 직접 경영할 수 있는 사업을 찾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마침 어머니가 음식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신발점을 하고 있는 아버지가 청계천 복원공사로 일터를 잃을 상황이었기 때문.
이리 저리 뛰던 어머니는 지난해 1월 지금의 점포 자리에서 찜닭집을 열었다.
주씨는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어머니를 돕자"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찜닭집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그래도 어머니는 1,2년은 갈 수 있다고 판단했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다른 찜닭집들이 하나 둘 문을 닫던 시기였습니다."
처음엔 하루에 닭 80∼90마리를 팔아 1백30만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던 것이 3개월 지나서는 하루 6∼7마리 판매로 폭삭 내려앉았다.
어머니는 결국 창업 6개월만에 찜닭집 문을 닫았다.
24평짜리 가게를 얻는데 들어간 7천만원을 뺀 6천만원의 창업비용을 고스란히 날렸다.
"여기서 그만둬서는 안된다는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폐점하기 두달 전부터 다른 업종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새벽에도 프랜차이즈 본사를 찾아갈 정도로 발로 뛰었습니다. 신중한 업종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이죠."
주씨는 '섬마을 이야기'란 퓨전주점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동네 아저씨들이 편안히 한 잔 할 수 있는 컨셉트, 소주집과 호프집의 중간 형태란 점이 매력적이었다.
찜닭집을 폐점한지 한달만에 같은 자리에 주점을 오픈했다.
"섬마을은 이제 완전히 저 혼자 경영합니다. 오래된 가업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실패를 거울삼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주씨는 요즘 하루 1백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다.
주류 식재료 등 원가와 월세 2백50만원, 직원 4명의 인건비 4백만원 정도를 빼고 나면 순수입은 월 8백만원쯤 된다.
젊은 사람이 하기에 좋은 주점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
어떤 손님은 자기 아들을 데려와선 "총각 사장의 용기를 본받으라"고 훈육할 정도다.
야구스타 이승엽을 빼닮은 주씨의 외모도 매출에 한몫 하고 있다.
주씨는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여서 매출을 더 올릴 여지는 충분하다"며 "큰 점포를 하나 더 내고 나중에는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사업을 해볼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