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재신임 파문] 野 '先의혹 규명' 요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과 다른 정책의 연계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대국민 불신의 원인인 측근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를 요구했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 재신임 발언에 대해 '국민투표로 정면돌파'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과 언론의 발목잡기'라는 정치적 속내를 드러낸 만큼 국민투표 보다는 대통령 사퇴 및 탄핵론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최병렬 대표는 12일 "당초 대통령은 재신임을 언급하면서 그 이유로 최도술 문제와 그동안 축적된 대 국민 불신 때문이라고 했는데,어제는 야당 핑계를 대면서 엉뚱한 얘기를 했다"며 "노 대통령이 당초 재신임 이유로 언급한 최도술씨 문제와 그동안 축적된 대국민 불신의 원인이 된 의혹에 대해 먼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 대표는 또 "대통령은 지난 9월초 (강금실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하는데 측근이 자신(대통령)의 자리를 걸 만큼 큰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이를 한달간 숨기고 있었다면 탄핵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 재신임론이 국정을 볼모로 한 '대 국민 협박극'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국민투표 실시 여부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면 돌파를 주장하는 남경필 상임운영위원은 "재신임 논의는 한마디로 집안의 가장이 집문서를 들고 도박장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노 대통령의 의지가 그러하다면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노 대통령은 13일 시정연설을 통해 국민투표의 방법과 시기를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유한열 안상수 심재철 윤경식 의원도 "연내에 국민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홍준표 의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처럼 대안제시형 국민투표를 해야 국민이 안심하고 대통령을 불신임할 수 있다"고 전략까지 제시했다. 반면 김기춘 맹형규 심규철 의원 등은 "현정권의 비리와 실정을 덮고 내년 총선전략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인 술수"라면서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으로 하야한 만큼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퇴임론을 주장했고,이규택 의원은 "민주당 및 자민련과 연대,탄핵소추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박상천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노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대한) 검찰수사 이전에 재신임 발언을 함으로써 검찰이 위축돼 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또 "안희정씨 등 5명의 측근들이 비리에 연루돼 있어 국회에서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국정조사와 재신임 정국에 따른 대책 논의를 위한 4당 대표 회담을 제의했다. 박 대표는 재신임 방법과 시기에 대해 "대통령이 시기와 방법을 먼저 제시해야 하며, 대통령이 제시하지 않으면 국회쪽에서 주도권을 쥐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