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트레스와 암

'두엄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듯 장수는 사람의 가장 큰 소망중 하나다. 장수의 조건은 그러나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거니와 병마에 시달리며 보내는 세월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일 수 있다. 튼튼하게 오래 살자면 되도록 적게 먹고,꾸준히 운동하고,술 담배를 절제하는 것과 함께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스트레스와 수명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많은데, '장수자들은 외부의 충격을 쌓아두지 않고 오리가 꽁무니 뒤로 물살을 내보내듯 발산한다'는 하버드대 매거리 실버 박사의 분석도 그 가운데 하나다. 미국에서 1백세 이상 된 사람들의 생활태도 건강 수입 지위 등을 살폈더니 식사 운동 흡연 음주 등에선 이렇다할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탁월한 스트레스 관리능력만은 공통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밤에 뒤척이지 않고 잘자면 암의 발생 및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발표도 나왔다. 한국 노인과학 학술단체연합회 박상철 서울대교수팀이 국내의 1백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생활습관을 조사한 '전국의 장수인구 분포 및 특징'에서도 오래 사는 사람은 생활수준에 상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지내고 노년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스가 어떤 식으로든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통설로 여겨지는 가운데 스트레스가 위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다. 원광대 김종인 교수가 위암환자와 1백세 이상 초고령자의 생활요인을 비교했더니 위암환자의 경우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 비율이 69%로 장수자(8.5%)의 8.2배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1백세 이상은 스트레스를 뛰어넘거나 빨리 잊으려 애쓴 반면 위암 환자는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화를 내는 일이 잦았다는 보고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성장의 원동력이라지만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는 병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스트레스는 의무감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과다한 욕심에서 생기는 수도 허다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자면 '모든 소유는 근심'임을 깨닫고, 언짢은 일은 빨리 털어버려야 할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